하이테크업계의 첨단화를 주도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 콤비가
이번엔 저기능 컴퓨터시장평정에 나섰다.

윈텔(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의 합성어)
돌풍의 주역인 이들 양사는 기능이 단순하고 값싼 신형PC를 공동개발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여기에 컴팩 휴렛팩커드(HP) 델컴퓨터등 컴퓨터 3사도 합세했다.

이로써 IBM 애플 네트스케이프(NS) 선마이크로시스템등 4사를 규합해
저가시장 주도권 장악에 나섰던 오라클진영 5사와 윈텔진영 5사가 정면
격돌하게 됐다.

저가컴퓨터 시장 선제권을 쥔 쪽은 오라클 진영.

오라클은 지난 95년 가을 네트워크컴퓨터(NC)개발 계획을 내놓으면서 저가
시장 싸움에 불을 붙였다.

NC는 PC기능을 대폭 줄여 값을 5백달러(40만원)대로 끌어내린 "쉽고 싼"
컴퓨터.

사실 인텔의 펜티엄프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는 일반인들의 "용량"을
넘어설 정도로 "어려운" 제품이다.

기능만 한없이 높이다보니 과거 제품보다 속도가 느린 부작용까지 생겼다.

진짜 쓸 기능만 담은 값싼 컴퓨터로 이런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윈텔 아성
을 무너뜨리겠다는게 오라클의 야심이었다.

NC가 차세대 컴퓨터시장의 주력제품으로 부상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설 땅을 잃게 된다.

NC는 마이크로프로세서(MPU)가 없다.

윈도95와 같은 복잡한 운영체제도 "노 탱큐".

메모리도 8메가D램만 있으면 된다.

인텔칩과 윈도 중심으로 그려진 업계지도가 완전히 바뀐다는 얘기다.

여기에 처음 동참한 기업이 선마이크로시스템이었다.

IBM과 애플컴퓨터도 옛영화를 되찾겠다며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벌로 성장한 소프트웨어업계의 신데렐라
네트스케이프까지 이 진영에 줄을 서면서 지난 5월21일 이들 5사는 NC규격
통일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NC는 깡통일 뿐"이라며 비웃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도 이쯤부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들고 나온게 이번 "단순저가형" 컴퓨터다.

스타트라인의 출발은 늦었지만 저력으로 보자면 윈텔쪽이 단연 앞선다.

윈텔진영의 면면을 보자.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양사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전세계 첨단시장의
경기사이클을 뒤바꿀 정도의 업계 최강자.

윈텔진영에 합류한 컴팩컴퓨터는 세계 최대 PC업체다.

컴퓨터시장의 3대요소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반도체 "1등"들이 모두
집합한 것이다.

여기에 북미컴퓨터 시장 선두그룹인 휴렛팩커드와 델컴퓨터가 가세했다.

"싸움은 윈텔진영의 완승으로 끝난것이나 다름없다"는 업계 지적도 무리가
아니다.

윈텔진영은 28일(한국시간 29일 새벽) 단순저가형 컴퓨터의 자세한 내용을
발표한다.

오라클 진영의 핵심멤버 선마이크로가 NC제품의 첫선을 보이는 날보다
하루 앞선 시점이다.

맞불을 놓아 파티의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속셈이다.

그렇다고 오라클 진영의 기가 꺾인것은 아니다.

"윈텔진영이잘못 끼운 단추를 고쳐 잡는 동안 우리는 멋진 패션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겠다"(선마이크로의 에드워드 잰더 컴퓨터하드웨어사업
부문 사장)며 자신만만해 하고있다.

어느쪽이 이길지 단언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최대 승자는 소비자들이다.

멋진 승부도 구경하고 값싼 컴퓨터도 즐길수 있기 때문이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