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세계엔 별일도 많다.

다음 "요절복통 스토리"도 그중 하나이다.

89년 미 PGA선수권 등 메이저 2승의 페인 스튜어트 (미국)는 니커바지에
스타킹, 그리고 항상 캡을 쓰는 복장이 트레이드 마크.

그는 복장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소 "근엄한 인상"을 준다.

그런 스튜어트가 그린위에서 바지를 벗었다.

물론 갤러리들이 가득 늘어선 골프장에서였다.

88년 루크미어클래식때 스튜어트는 6홀 자선경기를 가졌다.

상대는 미 LPGA 선수들인 신디 피기 쿠리어와 데보라 매커필, 그리고
크리스 존슨 등 3명의 여자프로.

티오프 직전 스튜어트가 말했다.

"자, 매치플레이경기를 하지. 물론 나 혼자 여러분 3명을 상대하는
거야. 그런데 무엇을 걸고 플레이 할까"

이때 스튜어트의 저 유명한 "패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신디가 제안했다.

"당신 바지를 거는 게 어떨까"

이럴때 "노"하는 남자없는 법.

"오케이. 당신들이 지면 당신들도 그 반바지들을 벗는거야"

스튜어트는 파5인 첫홀에서 샌드웨지샷을 그대로 홀인시키며 가볍게
이글을 잡았다.

스튜어트의 산뜻한 1홀 리드.

그러나 여성선수들도 2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게임은 원점이 됐다.

3번홀은 비겼고 4번홀에서는 여성들이 버디를 잡아 역전됐다.

5번홀은 다시 비겼다.

6홀경기이기 때문에 스튜어트는 6번홀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바지를
지킬수 있었다.

6번홀에서 스튜어트는 버디를 잡았다.

그러나 여성측에서도 데보라가 버디를 잡아 그 홀을 비겼고 최종
승부는 여성측의 1홀 승리였다.

"내기는 내기니까"

스튜어트는 그린 한가운데서 만인이 주목한 가운데 버클을 끌르기
시작했다.

그는 바지를 내렸고 흰색 "쟈키" 언더웨어가 드러났다.

스튜어트는 정중히 승자들에게 바지를 바쳤다.

종종걸음으로 간신히 라커룸에 돌아온 스튜어트가 말했다.

"그래도 티셔츠가 길어서 다행이었어. 거의 가려주었거든"

이럴때 여성측의 심정은 어땠을까.

승자중 한명인 신디의 코멘트.

"(바지 벗기를) 기다리는 그순간만은 꿈결처럼 감미로웠다"

한 여성갤러이의 소감.

"쟈키 모델인 짐 팔머 (그는 프로야구 선수로 근육질의 몸매)보다
더 멋지던데..."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스튜어트도 승자가 됐다.

그들 네명은 바지에 각각 사인을 한 후 자선경매에 부쳤는데 수십달러에
불과한 그 바지가 무려 1,500달러에 팔린 것.

골프의 세계엔 참 별일도 많군.

그런데 독자들이나 그 당시 남성갤러리들은 무척이나 아쉬울 것이다.

"바보같은 놈. 그럴때 이기면 남 주냐"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