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부에는 국립 공원들이 많다.

이들 중 대부분은 거대하기는 하지만 사막 지대에 위치하여 황량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지 않은 국립 공원 중의 하나가 요세미티이다.

계절에 따라 푸르름과 눈(설), 그리고 단풍까지 구경할 수 있는 요세미티는
사시사철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또한 산악 등반에서부터 일반인들이 쉽게 걸을 수 있는 하이킹 코스까지
여러 등산로가 개발되어 있어 산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는 보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몸으로 즐길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는 여행지이다.

그래서인지 1년에 3,500만명의 사람들이 요세미티를 방문하고 있다.

요세미티의 자연적인 매력을 한 마디로 설명하라면 절벽과 폭포이다.

1만4,000년전까지 최고봉인 하프돔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세미티 지역은
빙하에 덮여 있었다.

빙하기동안 얼음 속에 묻혀있던 땅들은 빙하의 마모 작용에 의해 깎였으며,
빙하가 물러가자 가파른 절벽을 가진 U자 모양의 계곡에 호수가 생기게
되었다.

이후 호수의 물이 빠지면서 현재의 요세미티 분지가 생겼고,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흘러 내린 강들이 이 U자곡 안으로 떨어지면서 폭포를 이루게된
것이다.

요세미티 국립 공원에서 U자곡 안의 분지 지역을 요세미티 밸리(Valley)
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요세미티 밸리에 설치된 곳곳의 전망대에서 사시사철
다르게 변하는 요세미티의 아름다운 경관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좀 더 좋은 모습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요세미티 국립 공원의
천연 전망대라고 부를 수 있는 글레시어포인트(Glacier Point)에 올라가
계곡을 내려다 보고 하프돔과 어우러진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설봉들을 구경
한다.

하지만 진정한 요세미티의 매력은 등산로에 있다.

요세미티의 절벽은 전문적인 산악등반을 시작하는 초보자들에게 아주 인기
있는 훈련 장소이다.

하지만 이런 본격적인 등반 코스 이외에도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등산로가 개발되어 있다.

이런 등산로 주위에서는 계곡물 폭포 숲 동물 등을 쉽게 볼 수 있어 지루
하지가 않다.

또한 체력에 맞게 여러 종류의 등산로가 개발되어 있고, 표지판도 정확하여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거의 없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면 요세미티 밸리에서 하프돔까지 12~14시간 정도를
걸어 왕복으로 다녀올 수 있다.

하프돔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요세미티 밸리의 전경은 땀을 흘린 노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어떤 곳에서 보는 모습보다 아름답다.

체력이 조금 모자라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폭우가 쏟아지는 듯한 버넬 폭포
앞을 지나 네바다 폭포에 이르는 미스트트레일(MistTrail)코스가 인기이다.

붐비는 요세미티 밸리와는 달리 의외로 등산로 지역은 한산하다.

가장 큰 이유는 숙박 시설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1만명이 방문하는 요세미티에서는 숙소잡기가 상당히
힘들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가까운 도시인 멀시드에 머물면서 요세미티를 당일로
다녀간다.

그렇게 넓은 국립 공원에 텐트칠 곳이나 주차할 곳이 부지기수처럼
보이지만 자연을 보호하기 위하여 적정 인원 이외에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요세미티 밸리를 벗어난 산간 지역에서 야영을 하려면 특별한
허가서를 받아야 하며, 이것에도 인원 제한이 있다.

아무튼 미국의 자연 보호 정신과 예약문화를 몸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곳중의 하나가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강문근 < 여행가 >

[ 여행정보 ]

요세미티 국립 공원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약 320km, 로스앤젤레스
에서 북쪽으로 약 480km 떨어져 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우선 국립 공원에서 서쪽으로 128km 떨어진
멀시드(Merced)라는 도시에 가야 한다.

이곳에는 그레이하운드와 암트랙이 모두 정차한다.

암트랙 기차시각에 맞춰 요세미티 VIA 버스(800-842-5463)가 하루 세차례
멀시드와 요세미티 사이를 왕복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서는 각 캠핑장과 숙소 사이를 운행하는 무료 셔틀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글레시어포인트 봉우리까지는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승용차로 올라갈
수 있으며, 요세미티 롯지에서 하루 세차례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요세미티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점 중에 하나가 숙소 문제이다.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캠핑장이나 롯지가 언제나
만원이며, 특히 여름철이나 연휴 기간에는 숙소를 구하지 못해 요세미티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럴 경우 승용차가 있는 사람은 멀시드에서 숙소를 구하고, 승용차가 없는
사람은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에서 투어로 참가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숙소및 캠핑장 예약은 MISTIX (800-842-5463)를 통해 하며 4~11월 사이에는
8주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미국의 각 국립 공원에 관한 정보나 지도 숙소예약 등은 인터넷의
http://www.nps.gov/park.html(The National Park Service)을 통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