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1.8%포인트 인하, 다음달부터
시행키로 결정함으로써 시중은행의 경영수지가 개선돼 대출금리를 한차례
더 인하할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됐다.

금융계는 지급준비율을 1.8%포인트 인하하면 예금은행의 수지개선 효과가
3,000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인하할수 있는 대출금리는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
기준 0.25%포인트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금리인하 효과를 거둘수 있는 지준율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 통화
당국인 재경원과 한은은 "국가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견해를 같이했다.

우리 경제의 고질인 고비용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 금리를 낮춤으로써 기업의 금융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에 견해가 다를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경원과 한은은 지준율 인하에 따른 통화증발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에 이견을 보여 왔다.

통화관리의 1차적 책임을 맡고 있는 한은은 5%의 저리로 중소기업에 지원
되는 정책금융인 총액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통화증발 압박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통화증발분의 흡수를 통화안정증권의 발행이라는 고식적인 방법에 의존하면
통과관리비용부담이 가중되고 결국 인플레를 유발해 통화증발을 막는 효과가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에서였다.

반면 재경원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줄이기
보다는 지난 4월의 지준율 인하때와 마찬가지로 통안증권의 발행으로
늘어나는 통화를 흡수하자고 맞섰다.

재경원과 한은의 이같은 이견이 한달 가까이 지속되자 최근 들어 내림세를
보이던 시장 실세금리가 다시 오름세로 반전하는 등 금융당국간의 정책
불협화음이 시장금리를 불안케 하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재경원과 한은은 결국 양측의 주장을 절충, "일부 총액대출한도 축소-
일부 통안증권 발행"이라는 방식을 택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액 총액대출한도를 감축하는 방안도 여전히 검토되고 있다.

뒤늦게나마 금융당국이 지준율 인하폭과 시기를 확정하고 증발된 통화의
흡수방안에 합의함으로써 정책혼선에 따른 시장금리의 불안정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을 거쳐 지준율이 내달부터 인하되지만 금리인하 효과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만큼 나타날 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은행대출금리가 두자리 숫자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의
금리수준보다 훨씬 높은 마당에 0.25%포인트 내외의 금리인하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제수지 적자로 우리 경제의 체질이
약해지면서 외국의 자본유입이 줄고 있는 데다 대내적으로는 내달에 회사채
발행물량이 3조원대를 넘어서는 등 금리를 부추길 요인이 너무나 큰 것도
금리인하 효과를 어둡게 보는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권이 대출금리를 일제히 내린다 하더라도 시중 자금수요가 넘친다면
멀지않아 다시 금리가 올라갈수 밖에 없다.

결국 금융당국의 지준율 인하와 같은 인위적인 조치가 우리의 고금리
구조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리의 안정적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준율 인하를 계기로 다시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이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