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의 내용과 위반시 처벌규정 등을 담고 있는 "금융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에서는 일반인들의 합의차명은 처벌하지
못하게 돼있다.

금융거래자에게 실소유자명의로만 금융거래를 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위반
하는 경우 제재를 가하게 되면 "다수의 예금주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주어
금융기관의 이용을 기피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인출하는등 금융시장
에 큰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때문에 그렇게 했다는게 재경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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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일반인들이 서로 합의해서 차명으로 금융거래를 하기로 하는
경우 합의차명사실이 쉽게 드러나지도 않고 이 자체만을 갖고 예금주를
금융실명제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금융거래자와 자금의 실질소유자가 다르고 그 사유가 세금포탈
범죄사실은폐 불법정치자금수수등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에는 각각
조세범처벌법 형법 정치자금법등 개별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금융기관직원이 중간에 나서서 이름을 빌려줄 사람과 이름을 숨기고 금융
거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을 연결시켜 줬다가 탄로 난다면 이름을 빌리거나
빌려준 개인들은 앞의 경우와 같이 관련 법률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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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직원은 주민등록증이나 사업자등록증에 의해 실명여부를 확인한뒤
거래하도록 돼있으므로 금융실명제위반에 해당돼 5백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 각 감독기관의 징계규정에 따라 감봉 면책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직원뿐 아니라 은행장등 기관장도 징계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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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위반의 경우엔 중징계감이므로 자리가 위태로워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직원이 외형상 확인절차를 준수하고 적극적인 알선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처벌하기 어렵다.

만약 사채업자등이 나서서 차명거래를 알선했다면 조세포탈법등 개별 법률
위반행위에 협조한 공범으로 간주돼 역시 개별법에 의해서 처벌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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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방해죄도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위반으론 처벌할수 없다.

금융실명제는 차명거래를 직접 규제하기 보다는 개별 법률위반시 자금추적
을 쉽게 할수 있도록 소극적인 기능을 하는데 그치고 있는 셈이다.

어찌됐든 이같은 허점으로 인해 은행 증권회사 등을 비롯한 금융기관에서는
합의차명이 공공연하게 자행돼 왔다.

금융실명제실시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업들의 비자금이나 정치자금
수수관행이 근절되지 않은 등 실시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