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업체인 동양기전의 조병호 사장(50)은 "작은 경영"으로
중견 상장기업을 일군 이색 경영인이다.

조사장은 별 욕심이 없는 사람 같이 보인다.

작업복 명찰에는 사장직함 없이 이름만 쓰여있다.

최근 몇년간 오래된 르망승용차를 자신이 직접 몰고 다녔다.

그의 오랜 꿈은 "시골읍장"일 정도로 소박하다.

지금도 변함이 없단다.

경영자로서 조사장은 늘상 "고잉 컨선"을 강조한다.

기업은 영속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선 사장 한사람보다 전사원이 주인이 돼야 한다는 것이그의
지론이다.

사원 역량 함양이 곧 기업성장의 지름길임을 느꼈던 것이다.

조사장이 오랫동안 언론의 인터뷰를 꺼렸던 데는 자신이 아니라 바로
전종사자들이 회사발전의 주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독서대학운영,전사적 독서경영등 동양의 독특한 면모는
직원들의 역량함양에 촛점을 맞춘제도이다.

그러면서도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선 적절한 변신이 필요하다"고
조사장은 강조한다.

자동차부품에서 특장차 세차기 주차설비 유리온실사업 소각로 및
환경분야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최근에는 인천민방에 참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같은 사업구상은 독서와 사색을 통해 얻어진다.

서울 공대 출신인 조사장은 책벌레다.

1백권의 책을 읽어야 하는 4년과정의 사내 독서대학을 졸업했고 지금도
1주일에 한권 정도는 독파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문인협회가 제정한 "가장 문학적인 상"의 기업.출판부문
상을 조사장이 수상한 것은 자연스럽다.

한국 현대문학 도입 1백년이 되는 "문학의 해"에 주인공이 된 셈이다.

문학을 기업경영에 접목시킨 공로이다.

그는 "어느 일본 기업인으로부터 한국은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아
선진국이 될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사원부터 변하자는 생각에서
독서경영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독서경영의 구체적인 사례는 승급심사에서 드러난다.

이회사에서는 독후감이 진급심사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대상자는 직급별로 진급심사용으로 선정된 문학 경영 철학서 등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 면접위원들과의 독서토론을 통해 진급심사를 받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해 7월부터 실시한 독서경영의 정착을 위해 인천 창원
이리공장 및 서울사무소에 각각 도서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도서실에 독서지도사가상주, 사원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활발한 독서활동을 할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독서경영은 노사화합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78년 창업이래 단 한차례도 노사분규를 겪지않고 협력체제를 구축,
이제 매출 1천4백억원대 (96년)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노사협상과정에서 소설의 인용구가 오갈 정도로 서로 품위를 지키고
슬기롭게 대화를 풀어가는 것은 이회사의 큰 자랑거리다.

올들어 2월 경실련으로부터 "경제정의기업", 5월 근로자의 날에
노사화합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동양은 추진중인 방송사업에도 독서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양하고 유익한 교양프로그램을 주요 시간대에 방영, 천편일률적인
방송과는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서운동을 회사에서 이제 지역사회로 확산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견실한 재무구조에 바탕한 건전.투명경영"이란 기업문화를 방송에도
적용, 깨끗한 방송을 표방하고 있다.

사실 방송사업은 별안간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조사장은 정보통신과 영상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이 될 것으로 일찍이
확신했다.

요즘 한창 뜨는 장외등록업체 팬택을 91년 조사장이 설립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개인적으로 팬택에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무선통신기기 및 영상기자재 업체를 설립한 것은 방송사업을
예감한 때문이다.

동양은 팬택외에 서두미디어 미리내소프트 등 방송 유관회사를 갖고
있다.

방송참여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으로의 본격적인
다각화를 의미하는 셈이다.

동양의 전원참여경영, 집단의사결정, 독서경영 등 독특한 경영기법은
결국 방송의 3가지 요소중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과 일치한다고 볼수
있다.

< 문병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