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는 무엇인가

96 삼성세계여자골프선수권대회를 보는 독자들의 시각은 크게 두가지로
나뉠 것이다.

하나는 "세계 최정상 여자프로들과 박세리 (19.아스트라)는 분명
수준차가 날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를 것인가"이고 또 하나는
"그래도 한번 붙어 볼만 하지 않은가"라는 시각이다.

일동레이크GC (파72, 6,377야드)에서 17일 벌어진 첫날 경기는 이에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결론은 둘 다 맞는다.

이날 박세리는 애니카 소렌스탐 (26.스웨덴)과 마지막조에서 맞붙었다.

박과 소렌스탐 플레이를 티샷부터 퍼팅까지 나누어 살펴본다.

<> 티잉그라운드에서 = 이날 드라이버샷은 박세리가 대부분 5~15야드
가량 더 나갔다.

차이는 페어웨이 키프.

이곳의 러프는 5cm 길이에 불과, 결코 치명적이 못됐다.

그러나 그린공략 각도면에서 티샷 방향은 그 홀의 버디여부를 좌우한다.

소렌스탐의 티샷은 의도한대로 거의 겨냥지점을 향해 떨어졌다.

페어웨이 키프가 아니라 목표지점에 얼마나 정확히 떨어지느냐가 관건.

그에비해 박의 티샷은 거리는 났으나 오른쪽, 왼쪽으로 다소 갈라지는
편이었다.

한마디로 컨트롤의 차이.

<> 페어웨이에서 = 아이언샷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소렌스탐이 홀컵에서 평균 5m가 떨어진다면 박은 평균 7m가 떨어진다"

정확히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식의 묘사가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는
얘기.

10번홀 (파4.382야드)에서 박의 세컨드샷 거리는 핀까지 90야드가
남았으나 피칭웨지로 친 샷은 홀컵 옆으로 9m가량 벗어났다.

반면 소렌스탐의 105야드 어프로치는 홀컵방향에서 약 5m가 짧았다.

<> 그린에서 = 9번홀 (파4.380야드)에서 소렌스탐은 10m, 박은
11m정도거리의 퍼팅을 했다.

모두 비슷한 방향의 내리막 퍼트였다.

박의 첫 퍼트는 홀컵을 2.5m 지났고 소렌스탐은 70cm가 지났다.

다행히 박은 그 리턴퍼트를 성공시켜 파를 잡았지만 만약 빠졌다면
퍼팅의 정교함 차이가 1타차가 될 수 있었던 셈이다.

<>.후반 버디 퍼레이드

심리적면에서는 박이 훨씬 불리했을 것이다.

전반이 바로 그런 흐름.

박은 보기1개 (3번홀, 70cm 파퍼팅 미스로 3퍼트)에 무버디로 37타를
쳤으나 소렌스탐은 3퍼트 보기1개에 버디 4개로 33타를 쳤다.

그러나 박의 가능성과 배짱은 후반에 보란듯이 입증됐다.

박은 홀이 거듭될수록 마음이 안정됐는지 12번홀 (파5.495야드)에서
2타만에 그린옆으로 다가간뒤 어프로치를 20cm에 붙여 첫 버디를 잡았다.

첫버디가 나오면 흐름이 크게 달라지는 법.

박은 13번홀 (파3.152야드)은 1m버디였고 파5인 15번홀 (460야드)을
비롯 17번홀 (파4.364야드)과 18번홀 (파3.178야드)에서도 연속 버디를
추가했다.

후반 31타.

버디 5개에 보기1개로 4언더파 68타.

순위는 16명중 단독 4위로 기대이상 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렌스탐은 버디 7개에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로 에밀리 클레인
(미국)과 함께 공동 선두.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