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대그룹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를 거쳐 내년
임금협상을 기업실적과 연동, 적자기업은 임원은 물론 사원봉급도
동결키로 결정한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매우 충격적일 수도 있다.

적자가 나더라도 봉급은 오르는 것이 30대그룹 계열회사 등
대기업에서는 보편화된 사례였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현재의 경기추세로 미루어 올해 흑자를 내기 어려운 기업은 결코
적지않을 것이다.

"적자기업 사원 임금동결"의 파장이 예상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내년 임금협상에서 근로자들의 불만이 이 문제로 모아질 가능성조차
배제하기 어렵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시비는 현재의 경기상황은 물론이고 국민경제
전체를 조감하는 종합적인 시각에서 논리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는 국면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점에서 분명하다.

명예퇴직 등 갖가지 명목의 고용감축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내년에는 이런 움직임들이 더욱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내년도의 임금은 고용감축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바로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경총과 30대그룹 노무담당 임원들의 적자기업 임금동결결정도 그런
논리와 맥락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봉급을 그대로 두는 한이 있더라도 감원은 말기를 바라는 근로자나
노조가 결코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적자기업 봉급동결이 큰 마찰을
부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게 경총관계자들의 설명이기도 하다.

임금이 기업지급능력의 종속변수라고 본다면, 적자를 내는 기업이
계속 봉급을 올리는 것은 비논리라는 회사측 주장에 대한 근로자들의
반론은 "적자가 왜 꼭 우리 때문이냐"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임금-저효율이 결국 그 회사의 적자를 결과했을 것이라고
본다면 근로자들도 "고통의 분담"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른바 선단식 경영을 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그룹의 경우, 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건 적자를 내는 회사건 비슷비슷한 폭으로 봉급을
조정해온 것이 보통이다.

그룹차원에서 사람을 뽑았기 때문에 대졸 사무직 등의 경우 어느
계열회사에 배치되든 봉급에 큰 차이를 두기 어려운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였다고도 볼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적자회사 사원 임금동결은 "그룹차원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적잖은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계열회사간 균형이나 동질성을 깨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에 따른 계열회사간 봉급격차가 종국적으로 대기업그룹의
비효율적 사업부문(계열회사)정리를 촉진하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할만 하다는게 관계 당국자들의 기대다.

적자기업 봉급동결은 고통스럽지만 고임금.저효율의 경영구조개선에는
물론 산업구조개선에도 적잖은 보탬이 될것 또한 분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