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져서야
보이는 풍경이 있다
버림받은 마음일 때에만
들리는 소리가 있다.

새빨간 꽃 한 송이 피워
받들어 모시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어여쁜 무덤이 하나

허리 아픈 사람처럼
꾸뭇거리다가
빗방울 두엇
새소리 몇 소절 함께
서둘러 마음속으로 숨어 버리는
길이 있었다.

시집 "풀잎속 작은 길"에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