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장차 국내 전 철도망을 고속전철화 하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 가급적 기존 철도망을 활용하려는 보다 현실적 방향으로 선회했다.

정부당국이 기존의 TGV화 계획을 수정한것은 무엇보다 TGV용 철도망을
신설하는데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인데 현재
운용중인 TGV전용 철도망의 경우 막대한 투자비와 이에 따른 고요금으로
승객확보에 애를 먹어 수지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따라 당초 2천3백km의 TGV전용 노선 신설 계획을
수정, 재원 확보에 맞춰 재조정키로 했으며 최근 건설계획이 결정됐던
파리-스트라스부르간의 동부 TGV노선도 당분간 노선신설 대신 기존의 노선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철도당국은 비용이 많이 드는 노선신설 대신 기존의 노선을 활용하면서
대신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이른바 "시계추" 기술을 도입한 신형 TGV를
투입할 방침인데 시계추 방식의 TGV는 속도면에서 전용노선의 경우(시속
3백-3백30km)보다 느리나(2백-2백20KM) 노선신설에 따르는 비용을 줄일수
있어 수익면에서 훨씬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 당국이 당초 계획한 2천3백km의 전용노선을 신설하려면 무려 2천억
프랑(32조원)이 소요되며 이는 km당 평균 6천만 프랑(약 96억원)으로 소요
시간 1분을 단축하는데 2억프랑(약 3백2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시계추 방식은 열차가 커브를 돌 때 원심력을 상쇄하는 기술을 도입해
회전시에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식인데 인근 이탈리아나
스웨덴 등지에서는 이미 70년대부터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는 그러나 지난 15년간 TGV개발에 주력하느라 시계추 기술 개발을
소홀히해 왔는데 TGV제작사인 GEC-알스톰측은 지금부터라도 시계추 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엄청난 소요재원으로 실현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전용 TGV노선 신설 대신
우선 시계추 기술을 개발해 기존노선의 속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계추 기술은 우선 파리-스트라스부르간의 기존 노선에서 시험
운행될 전망인데 GEC-알스톰은 근래 미국 뉴욕-보스턴간의 동부 노선 고속
전철 입찰에서도 기존 노선을 활용하는 시계추 방식을 제의해 계약에 성공한
바 있다.

안느-마리 이드락 프랑스 교통장관은 지난 1일 공공투자 재원 마련에 따라
TGV노선신설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당초 계획의 수정방침을 밝혔는데
프랑스 언론들은 이같은 정부방침을 "TGV의 속도 후퇴"라고 비유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