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의료서비스의 개선과 의료계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

의대신설문제를 둘러싼 이같은 공방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삼성의료원과 성광의료재단 차병원, 인천길병원, 을지병원, 제주
세원학원 등이 의대설립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회장 유성희)는 30일 복지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대신증설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의과대학의 협의체인 한국의학교육협의회도 의대신설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은 것으로 의료계가 의대신설반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의사협회회장단은 <>인구대비 의과대학수 세계 1위 <>의사인력 과잉우려
<>의대교육 부실화우려를 들어 의대신설 반대논리를 재확인하면서 차라리
양한방 일원화를 추진하고 의료인력수급에 관한 심의기구를 설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의사1인당 인구수는 한국이 8백17명으로 일본
(6백10명)이나 미국(4백20명)보다는 많지만 의과대학수는 37개로 인구
1백20만명당 1개의과대학을 보유, 세계1위 수준이라는 것.

또 기존의대들도 기초의학교수진이 태부족, 8개기초의학교실이 없는
대학도 많고 교수1인당 의대학생수는 92년 3.93명으로 70년대보다도 악화된
교육여건에서 의대가 신설되면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단체가 의대신설을 반대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의사인력의
과잉과 기존의료기관의 경영여건악화에 대한 우려라고 할 수 있다.

인제의대가 93년에 조사한데 따르면 의사증가율이 인구증가율을 앞지르고
있어 2002년이전에 의료인력은 수급이 일치되고 2010년에는 22%나
의사인력이 남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의대설립을 추진중인 의료기관측의 시각은 다르다.

오는 99년 대전유성에 삼성의과대학을 설립할 계획인 삼성의료원은 산하
4개병원의 인력과 첨단장비, 미 존스홉킨스대등 세계적인 의과대학과의
협력관계 등 이미 모든 여건을 갖췄다며 "의대신설=의학교육의 질저하"라는
논리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지역에 중문의대설립을 추진중인 성광의료재단 차병원은
국내최초의 인공수정아기출산, 정자직접주입법에 의한 분만성공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산부인과학분야의 복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인천길병원, 을지병원,
제주세원학원도 의료취약지인 대전, 인천 및 제주의 지역의료서비스의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의료기관은 의료인력과잉은 서울 등 대도시에 국한된 현상이며
아직도 의료취약지가 많고 고령화시대의 의료수요도 늘 것이며 의료계의
경쟁을 통한 국제경쟁력확보가 시급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기존의료계가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삼성의 의과대학설립
허용여부이다.

삼성의료원은 지난 94년 삼성성루병원을 개원하면서 기존병원과 차별화된
의료서비스 등으로 의료계에 일대변혁을 재촉했었다.

때문에 중앙병원과 울산의대를 갖고있는 현대에 이어 삼성의료원까지
의대를 갖추게되면 의료계도 자본력에 의해 움직이게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대신증설에 대해 반대해온 복지부는 최근 의대난립은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설립은 허가하되 조건은 까다롭게하는" 방향에서
신설허용쪽으로 의견을 정리하고 금명간 교육부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단체관계자들은 "3시간대기 3분진료" "의료서비스의 지역적
편중" 등 고질적인 문제점이 개선되지않는 현실에서 기존의료계의 의대신설
반대는 기득권수호를 위한 집단이기주의라고 지적하고있다.

< 김정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