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가에 문화인류학과 페미니즘 바람이 거세다.

90년대에 들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페미니즘서에 최근 인문인류학
관련서가 가세하면서 출판가에 새로운 베스트셀러 흐름을 낳고 있다.

80년대같은 초대형 베스트셀러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90년대에는 특정한
책 1권이 아니라 일정분야의 책이 고루 팔리는 쪽으로 변화된 것.

90년대를 페미니즘시대로 규정했던 출판계에 가장 큰 파문을 불러온
분야는 다름아닌 인류학.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를 필두로 쉽게 접근한 인류학
관련서적들이 대단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한사람으로 떠오른 마빈 해리스의 책은 "문화의
수수께끼" "음식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간)를 시작으로 "작은 인간-인류에
관한 102가지 수수께끼"(민음사간)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황금가지간)등
이 출간돼 있다.

최근들어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은 책은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지문-사라진 문명을 찾아서"(까치간).

"이코노미스트"지 동아프리카특파원을 역임한 저자가 16세기 고지도를
들고 불가사의한 역사의 흔적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인류의 태고문명에 대한
색다른 호기심을 준다는 평이다.

이밖에 문화인류학 관련서는 전공자를 위한 전문서에서부터 관심있는
독자를 위한 개론서와 문화비평서, 그리고 소설형식으로 형상화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의 "최초의 인간 루시"(푸른숲간),
영국출신의 인류학자 리처드 리키의 "인류의 기원"(동아출판사간),
일리인부부가 펴낸 "인간은 어떻게 거인이 되었나"가 인류의 태동과
진화과정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이에반해 네안데르탈(존 단튼작 황금가지간 전2권)과 "인간의 시작"(존
램버트작 아름드리간 전2권)은 소설형식으로 재구성한 인류학서.

또 이선복서울대교수(고고미술사학)가 펴낸 "고고학이야기"는 동북아지역
선사유물 조사를 바탕으로 고고학 전반을 알기쉽게 설명한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페미니즘 관련서는 독자층이 가장 확실한 분야로 꼽힌다.

최근에 출간된 것만 줄잡아도 10여종이 넘는다.

이주향수원대교수(철학)의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를 필두로
"성, 또 하나의 대화"(채정호.김보연저 경향신문사간) "똑똑한 여자가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정경숙저 베스트셀러간) "똑부러지는 여자로
살아남기 위한 열가지 법칙"(베티 레한 해러건저 창해간)등이 잇달아
선보였다.

신세대 대학생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강의를 재구성한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90년대식 사랑과 문화를 저자 특유의
명쾌하고 간명한 페미니즘 시각으로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직장에서, 지하철에서, 시장에서, 영화에서, 소설이나 만화속에
나타나는 문화의 여러 징후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말하려
했다고.

"똑부러지는 여자로 살아남기 위한 열가지 법칙"은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알아야 할 남성중심의 사회법칙에 대해 해부했다.

또 "성, 또 하나의 대화"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개인과 사회의 성문화속에
내재된 심리를 다루고 있으며 "똑똑한 여자가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는
산부인과의사인 저자가 밝힌 올바른 성과 사랑을 위한 에세이이다.

이밖에 최초의 여성비행사 박경원의 삶과 죽음을 다룬"여자의 날개로
날고 싶다"(카노 미키요저 프레스빌간)도 자유와 자아실현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담아 주목받고 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