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마지막 공식대회인 지난주 신한오픈때 남자프로 몇명과
얘기를 나눠보니 모두들 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다 같은 프로골프이지만 유독 금년엔 남자프로골프가 여자프로골프에
모든면에서 역전 당하고 있기 때문.

상금을 집계하는 대회숫자도 남자는 11개에 불과하지만 여자는 14개로
3개대회나 더 많고 상금면의 격차도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었던 것.

금년들어 여자프로골프는 유공초청대회가 창설됐고 한주엘레쎄오픈이
부활됐지만 남자는 패스포트오픈과 삼성매스터즈 등 2개대회가 무산됐다.

쌍용챌린지 (10월3~5일)와 필립모리스대회가 신설됐으나 그 대회는
일부 선수만이 출전하는 특별이벤트로 상금집계와는 관계가 없다.

이러다 보니 여자는 박세리가 2억원돌파여부로 시끄러운데 남자는
1위 최경주의 상금이 고작 1억4,000만원대에 그치는 초라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상금랭킹 1위인 최상호가 2억원을 돌파한데 비해 올
남자프로들의 이같은 상금 하향화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우승상금 배분율이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는 스폰서들의 "우승상금 돋보이기"로 총상금의 20~22%를
우승상금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국제적 관행대로 18%를 우승상금으로 정하는
대회가 늘어나 11개대회중 7개대회가 총상금의 18%를 우승상금으로
배분했다.

우승상금 비율이 정상화되면서 1위의 상금총액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

여기에 중복우승자가 한명도 없다는 점이 상금 평준화를 가져왔다.

여자는 박세리, 김미현 등의 다관왕시대로 상금을 몰아간 반면 남자는
11개 대회우승자가 각기 다르며 상금이 찢어졌다.

<>.이상의 객관적요인이 존재함에도 남자프로들은 자존심이 꽤 상하는
모습이다.

대회수나 랭킹1위상금의 여자우위현상은 다른 어느나라에도 없는
일이고 협회의 운영능력도 꽤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이 모양을 만든 협회 (KPGA)의
아이디어와 비지니스적 능력에 회의감을 품고있다.

골프대회증가가 시대적 추세임에도 불구, 그 열매가 여자쪽만 향하는데
따른 불만이다.

여자대회가 늘어나는 것을 탓하는게 아니라 왜 그만큼의 유치를
못하느냐는 얘기.

<>.남자프로의 10위상금은 8,200만원대이고 20위는 2,300만원대이다.

그리고 50위는 단 700만원선이고 100위는 고작 83만원이다.

이는 10위가 넘어가면 직업으로서의 "프로"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

프로들은 총상금에서 협회기금으로 내는게 약 10%이다.

여기에 숙식비나 교통비, 연습비 등 국내경기비용으로 연간 1,500만원
정도 나간고 해외대회비용으로도 또 그만큼 나간다.

8,000만원이 총상금이라 치면 4,000만원정도가 필수경비로 나가는 셈.

상금랭킹이 대략 15위권 (3,600만원선)안이면 용품계약금 및 상금에
따른 보너스로 그럭저럭 꾸려 나갈수 있지만 그 밖이면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열심히 해서 성적을 높이라"는 말은 제3자의 시각일 뿐이다.

그들 자신의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게 프로골퍼라는 직업이다.

<>.물론 미래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회수는 증가할 것이고 젊고 유망한 선수가 여럿 나올수록 전반적
인기는 높아질 것이다.

실제 춘추전국시대가 된 금년도 우승자 현황은 미래의 한국남자프로
골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그중에서 향후 1~2년내에 "튀는 선수"가 새로운 스타가 될 것이고
그 예비후보는 다양 할수록 좋은 것.

골프인구급증과 TV중계 활성화, 그리고 유망주의 출현등 한국남자골프의
밑바탕은 과거에 비해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그것을 구슬로 꿰는 것은 KPGA의 몫.

올 겨울 협회는 "목에 힘 좀 빼고" 영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