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과 나는 17년이라는 세월을 같이해 왔다.

이 기간동안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더운 인도네시아의 공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던 때와 직장 내에서의 동호회 활동이다.

야구부 회장, 낚시회 회장 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주)미원에서 가장
회원이 많고 활발히 활동하는 산악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정식 이름은 "미원산악회"로 1970년 서울 방학동 공장 사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 지금까지 26년의 긴 역사와 약 150명의 회원을 보유한
미원그룹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동호회다.

미원산악회는 2개월에 한 번 국내의 명산을 찾아 자연과 하나가 된다.

좋은 조미료가 음식의 맛을 더욱 빛나게 하듯 산은 우리들의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

미원산악회에서는 산행하기 전에 먼저 사전 답사를 충분히 하고
그 지역의 풍물과 역사 등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돌린다.

그래서 그 지역에 대한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아
좋은 추억이 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조를 편성하여 자율적으로 조장을 선출하고 조별 활동을 할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사내에서 작업시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위험예지훈련을 모방하여 회원들의 복장상태, 안정장비를 점검하는 등
회원들의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작년 겨울에 경기도 가평에 있는 운악산을 약 50명의 회원과 함께
오른 일이 있다.

등산을 시작할 때는 날씨가 좋았는데 정상에 이를 무렵 세찬 눈보라가
불어 더 나아가기가 어려웠다.

정상은 암벽에다 눈이 쌓여 발이 빠질 정도가 되어버렸다.

회원들간에 산행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여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할수 없이 내가 회장의 권한으로 아쉽지만 안전등산 원칙에 입각하여
산행을 중지시키고 하산한 후 운악산 밑에서 순두부와 막걸리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 미원산악회의 첫째 목적은 모두가 안전하게 산을 공유하는
것이므로 그 때의 결정은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미원산악회는 그동안 국내의 유명산이란 산은 두루 등반하였는데 우리가
꼭 가보고 싶지만 가보지 못한 산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빼어난 그 산에 우리 미원식구 모두가 가서 정상에
올라 함성을 외칠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먼 북녘하늘을 바라보면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