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삼성 LG 대우 등 유럽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이 EU(유럽연합)가
반강제적으로 구성토록 하고 있는 노사협의회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측의 노사협의회 설립권고에 대해
삼성유럽본사는 수일내 설립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이며 LG그룹과
대우그룹은 아직 관망중이다.

EU는 생산기지 이전 등 갑작스런 경영방침 변경으로 근로자들의
대량실업 등 피해를 막아보자는 취지로 지난 94년 전체 종업원수 1,000명을
넘는 기업중 2개회원국에 각각 15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에
대해 오는 22일까지 노사협의회를 설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시한을 넘기더라도 노조측의 요구가 있으면 3년이내에 반드시
노사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는 EU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독일이 경영이사회에 노조대표를
참석시키고 있는 자국의 제도를 EU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영된 것.

그러나 한국기업들을 포함,유럽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이 제도에 익숙치 못해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다국적기업들은 노사협의회를 구성할 경우 종업원들에게 경영기밀을
사전에 알려줘야 하고 노조측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혼다나 소니, 미국의 팹시콜라등은 종업원대표와의
합의하는 등 편법을 통해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려고 하고 있으나,
기존 노조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이처럼 다른 선진국기업들이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기업들은
대체로 사태추이를 지켜보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