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제 확대 실시, 신입사원 채용규모 축소, 임금 총액 동결...

각 기업들이 잇달아 불황타개책을 내놓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노동계는 각 기업이 불황의 책임을 근로자에게만 전가시키고 있다고 비판
하고 있다.

노사문제전문가들은 불황타개책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포함한 기업의
탄력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사포험의 세번째 주제는 "기업의 유연화 전략과 노사개혁"이다.

국내기업의 경직된 조직관리 고용시스템 임금구조에 탄력성을 높일 방법을
전문가 토론으로 점검해 본다.

< 편집자 >

=======================================================================

[[[ 참석자 : 어수봉 < 노총 중앙연구원장 >
김영수 < LG화학 이사 / 노경인사담당 >
양병무 <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
김윤환 < 고려대 명예교수 / 사회 > ]]]

<>사회=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앞다퉈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국내에서도 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래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관계개혁이 효율성 위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노사의 입장을 들어보지요.

<>어원장=노동계도 경영환경변화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화 문제는 거시적 측면에서의 노사관계개혁이
이뤄지고 난 이후의 문제라고 봅니다.

<>양부원장=기업의 유연화 전략은 초일류기업과의 경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필요성 논쟁을 떠나 국내 기업은 유연화해야할 것이 너무나 많은 실정
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유연화이지만 임금체계의 유연화도 매우 중요
합니다.

승진관리와 조직관리의 탄력성을 높이는 일도 필요하고요.

그렇렇다고 곧바로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자는 건 아닙니다.

<>김이사=국내 각 기업은 초우량기업이 되기 위한 경영혁신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그 틀은 크게 세가지 입니다.

사업구조고도화 경영세계화 조직활성화등입니다.

이를 위해 전제돼야할 사내 인프라가 소위 IR(노사관계) HR(인적자원)등
"소위 2R"입니다.

인적자원의 질을 높여 공동체적 노사관계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기업의 노사가 기존의 경직된 노사관계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이것이
가능해집니다.

<>사회=노동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선 개별적 노동관계법이 문제가 됩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의 유연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곧 근로조건악화와 고용
불안을 초래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어원장=노동계는 기업이 지나치게 유연화를 강조해 노동자들의 근로를
차별화할 경우 노동조합의 근본원리인 연대원리(solidarity)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근로의 질을 평가할 시스템도 전문가도 없는 상태에서 연공급을 적용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사무직에는 신입사원까지 해외연수를 시켜주면서 생산직에는 교양교육
정도만 해주고 있는 실정에서 인적자원관리는 불가능한 겁니다.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유연화는 반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김이사=그런 것도 개별기업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것으로 봅니다.

노조가 반대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실행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회사가 일방적으로 제도를 시행했다간 망하는 시대입니다.

회사 실정에 맞게 노조와 잘 협의하면 될 것으로 봅니다.

<>양부원장=근로의 질을 평가한다면 노조의 연대원리에 위기가 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경총에선 점진적으로 하자는 겁니다.

문제는 유연화가 필요한데도 노동계가 무조건 반대한다는데 있는 것이죠.

<>어원장=이 문제가 계속 미결인채로 남아있는 것은 사회복지문제로
귀착됩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이 회사에서 나가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현실
입니다.

전직교육 재교육 등의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게 사실 아닙니까.

기업들이 자사의 유연성제고에는 관심이 많지만 전체사회의 유연성엔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고용보험을 줄여 달라기도 하고 직업훈련제도분담금도
없애자고 하고 있는게 현실 아닙니까.

<>사회=그런 점에서 아직 국내 기업들은 상업사회 자본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산업사회 자본주의 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죠.

벌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이미 세계는 후기산업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양부원장=선진기업과 우리 기업은 살아온 역사가 다른 것입니다.

고용보험문제만 해도 퇴직금을 지불하는 기업으로선 이중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둘중 하나는 폐지해야 하는 것이죠.

기업에도 모든걸 선진국수준으로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겁니다.

<>김교수=노사관계가 정도를 찾기 위해선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교섭이 정직해야 합니다.

경기나 이익이나 생산성을 고려해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게
현실입니다.

근로자에 대한 배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도 생산직들이 피부로 느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선 기업의 유연화 전략은 실현될 수 없습니다.

<>사회=세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노사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정이나 효율이냐의 차이 같기도 합니다.

<>어원장=새로운 노사관계 논의가 너무 마이크로 한 수준이란게 노동계의
지적입니다.

미국의 모토롤라 IBM 새턴사등의 노사협력 관계는 개별 사업장 차원에선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나라는 노사관계 현실이 전혀 다릅니다.

노조에 대한 규제등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노조에 대해서도 이제는 선진화된 규제방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신 노사 당사자는 철저한 책임을 다해야 하겠지요.

법적인 규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규제를 해야 합니다.

지금은 자율도 주지 않고 책임도 지워주지 않고 있습니다.

<>양부원장=현행 노동법이 악법인가에 대해선 구체적인 진단이 필요할
겁니다.

경영계에선 노동관계법들이 나름대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균형이 비대칭적이라는데 있지요.

그래서 경영계는 노사관계개혁이 대칭적 균형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현행 노동법은 국내에 적용할 사업장이 없는 상태에서 일본 법을
모방해서 만든 것입니다.

그동안 수차례 손질이 있었지만 후기산업사회의 현실과는 맞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어떻게든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봅니다만.

<>김이사=역시 공정한 룰을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모든 것을 법으로 정해서 노사관계를 경직되게 해서는 안된다는게
경영계의 입장입니다.

변형근로제를 예로 들어볼까요.

현재 격주토요휴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장이 2주는 휴무하고
또 다른 2주는 종일 8시간을 근무하면서 문제없이 운용하고 있지만 노동부가
끼어서 일하는 토요일 4시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주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노사합의와 자율을 존중하게 되면 문제는 적어질 것입니다.

<>김교수=노사개혁은 결국 기본틀이 중요한 겁니다.

노사의 상반된 입장을 다 들어줄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학자의 입장에서는 우선 국가경쟁력이 중시돼야할 거고 다음은 노동시장의
탄력성 또 노사관계제도의 탄력성을 제고하는 것이 기본틀이 돼야할 것으로
봅니다.

이것이 선진국의 추세이기도 하고요.

독일의 경우는 노사관계가 중앙에서 개별단위 사업장으로 분권화가 촉진
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심지어 노사관계의 개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분명한 것 나라와 기업의 역사가 다른데 어떻게 통일하느냐가 문제지요.

노개위의 일정이 지나체게 빡빡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어원장=국내 GNP 3백50조 가운데 임금이 1백90조원입니다.

임금이 10% 올라간다면 19조다.

노사가 매년 싸우는 1%는 결국 1조9천억원정도입니다.

이걸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매년 노사가 매달리는 겁니다.

철강 자동차 화학등 일부 업종에서 선진국 수준의 임금수준을 갖고 있는건
사실입니다.

고율의 임금인상은 더 이상 한계라는건 노동계도 인식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노동계가 변화해 보고 싶어도 경영계가 물꼬를 터주지 않고 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계에 경영참여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합니다.

<>양부원장=경영참가에 대해선 노사간 인식차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계는 이것을 노사공동결정제도 수준으로 보고 있고 경영계는 경영권
침해라며 계속 반대해 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영참가를 좀 더 폭넓게 해석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근로자 의사소통참가 근로자제안제도 노사협의회등 다양한게 많습니다.

이런건 모두 노사협의회를 활용하면 충분한 참여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회=참여에 대한 시각차 때문에 이게 쟁점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기업에선 상당부분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김이사=노조가 왜 참여하려 하겠습니까.

기업이 안가르쳐주니 참여할려고 하는 겁니다.

기업의 경영정보를 노사가 공유하고 있다면 법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우리 LG화학은 노조위원장이 단말기를 두드리면 경영정보를 모두 알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사회=역시 투명경영을 하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원래 경영참가라는 건 노조원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사용자가 주장
해온 것입니다.

그리고 노조는 "이용당할 수 있다"며 노조가 반대해 오던 것입니다.

그런던게 이제 완전히 바뀌 양상입니다.

<>김교수=중요한건 운용의 묘입니다.

일본은 법은 0점이지만 운영에선 1백점이란 평가를 받고 있어요.

참여의 반사적 이익인 생산성향상 효율성제고등이 이루어질려면 노사간
자율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회=성공적 추진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경제사회협의호 같은 기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노동만을 보지 말고 정치사회전반에 대한 정책기조를 바꾸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노동조합을 비롯한 전 산업조직의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어원장=전적으로 동감입니다.

노사관계는 결국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다른 제도와 체제와 얽혀있는 것이죠.

다른 제도는 그냥 두고 노사관계만 개혁한다는건 어려운 일이고 실효성도
없어 보입니다.

교육 의료등 다른 부분의 개혁도 함께 점진적으로 이뤄줘야 한다.

대기업 중소기업 도시와 지방의 빈부격차가 벌여지고 있는 현실에서
무작정 노사자치주의가 정착되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확대재생산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죠.

5개년,10개년 계획을 세워 장기적으로 노사관계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김교수=노사가 참여 당사자로서 주장 보다는 설득력을 높이는데 투자를
많이 해야할 겁니다.

정부 보다는 노사당사자간의 자율적인 교섭이 필요합니다.

합목적성을 지닌 개혁이 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양부원장=결국 노사개혁이 시험대상이 되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정서적인 접근도 곤란합니다.

좋은 것과 가능한 것을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사회=결국 노사관계개혁은 건전한 산업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이념으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노사자율의 원칙에 입각해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도 과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