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현의 말에 따르면 먹을 것이 풍족해서 삶의 여유가 있으면
사람들은 "예의"를 찾고 시절이 어려우면 "영욕"에 집착한다고 한다.

국민소득 만불인 나라의 국민으로서 선진국을 다니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그들의 향유하는 삶속에서의 여유와 예의이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 사소한 일에도 "감사"와 "사과"를 하며 상대를
배려한다.

묵묵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 생활속에는 그들과 같은 몸에 벤 여유가 많이 부족하다.

비록 우리가 그들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속에품은 채 웬만한 행동은
서로 이해하는 묵계를 갖고 사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세상은 많이 변했다.

이쪽은 한국, 저쪽은 세계라는 구별은 더 이상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세계시민다운 보다 가시적인 변화들이 일어나야 한다.

90년대의 중반을 살면서 아직도 의식과 행동은 영욕을 추구하는 배고픈
시절의 보릿고개를 느릿느릿 넘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경제적인 변화뿐만이 아니고 정보화사회라는 또다른
시대로 들어와 버렸다.

농업사회, 산업사회의 1년과 정보화사회의 1년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엔고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무렵, 일본기업들은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더 최악의 위기를 가정하고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합리화로
체질을 강화했다.

정보화시대를 맞으면서 산업구조도 고부가가치의 기술 분야와 첨단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개편하며 시대를 리드하려고 애써왔다.

요즈음 한국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기업의 뒤늦은 경영합리화 바람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식자들이 산업화는 늦었어도 정보화는 뒤지지 말자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지만 산업화시대에서 고착된 의식이 변화를 가로막아 왔다.

오늘의 구태가 편안하다면 내일의 안녕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의 의식과 행동양식도 변화해야 한다.

경영환경이 변하면 기업도 변해야 한다.

장강의 끝자락을 잡고 그나마 시류를 따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그곳에 "인류"는 없다.

보릿고개와 산업사회에 발을 올려놓고 사는 우리의 "시대탈출"기회는
지금도 열려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