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팬택사장실을 찾아간 때는 지난 10일.

처음에 박사장은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이제 시작이고 크게 이루어놓은 것도 없는데 젊은 사람이 매스컴을 타는
것이 내키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사진 촬영내내 "이거 참"하며 연신 부끄러워하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까이서 그를 본 대부분 직원들은 소탈하고 꾸밈없는 성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그는 사람만나는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자주 만남으로써 사고의 유연성과 합리성을
키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할 때는 지독한 프로이기도 하지만 놀 때도 이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열심이다.

술에 관한한 스스로 "두주불사"형이라고 표현한다.

한 외국바이어는 그가 술마시는 모습을 보고 "미스터박은 술과 동반자살
하려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말했을 정도.

그래도 다음날 출근때 흐트러지는 모습은 한번도 보인 적이 없다.

박사장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음직한 운전면허증이 없다.

대학생시절 면허시험을 치를 돈을 친구들과 술먹으며 날려버렸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만약 내가 지금 면허증을 따면 평생 운전대를
잡아야 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단다.

회사에서는 기사가 몰아주고 집에서는 아내가 운전해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술도 원없이 마실 수 있고 주차걱정도 안해 일석이조라며 그는 "무면허
예찬론"을 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