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반듯한 획일적인 건물은 싫다.

건물에 모자를 씌우고 옷을 입혀라.

최근 서울시내에서 신축중인 건물을 눈여겨 보면 이전과는 그 모양새가
사뭇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건축가들의 독창성과 창의성이 발휘돼 모자를 쓴 사람을 연상시키는
건물에서 부터 옷을 입은 느낌을 주는 건물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도심 한복판인 중구 태평로 2가 309의1일대 지상 26층 규모의
중앙산업 빌딩 신축공사현장.

내년 3월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이 건물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건물 꼭대기에 마련된 헬리포트(헬기장)다.

원형의 알루미늄 파이프가 헬리포트를 감싸고 있어 마치 우주선이
건물위에 착륙한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중앙산업 관계자는 "왕관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도록 옥상에 알루미늄
파이프를 설치하는 데 3억6천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됐다"면서 "공사가
끝나고 조명시설까지 마련되면 건물 전체에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송파동 31일대에는 지금 터파기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98년께 완공예정인 지상 23층규모의 송파주상복합건물은 점잖은
신사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한다.

건물 설계에 참여한 홍영배씨는 "주상복합 건물은 특성상 상가로
사용되는 건물의 아랫부분은 큰 반면 주거용인 윗부분이 홀쭉해 미관을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제, "건물 윗부분을 강조해 스카이라인을
돋보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에는 모자뿐만 아니라 옷도 입힐 수 있다.

최근 서울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서초구 서초동 1321의15 일대에
오는 2000년까지 건설될 예정인 지상 39층규모의 서초패션센터.

패션센터라는 명칭에 걸맞게 옥탑부분도 특색있게 처리했고 건물의
전면은 양복의 선을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설계됐다.

건물 전체에 옷을 입힌 것이다.

또 옥탑 뒷부분을 둥글게 처리했기 때문에 건물을 뒤에서 바라보면
왕관을 쓴 신사의 모습이 연상되도록 했다.

아예 옥상부분을 찾아볼 수 없는 건물도 등장한다.

대우전자가 서울 양천구 목동 917일대에 건설할 예정인 지상 36층규모의
사옥은 그 모양부터 이채롭다.

부드러운 곡선의 이미지를 살려 육면체모양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재
건축행태에서 크게 탈피했다.

특히 옥상을 따로 만들지 않고 곡선의 연결선상에서 처리해 완벽한
나뭇잎 모양을 연출했다.

헬리포트는 건물과 떨어진 거리에 설치해 전체적인 건물의 모양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건물의 외벽을 모두 유리로 처리했다.

이 건물은 오는 11월 중순께 착공, 2000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 김남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