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의 내수판매용과 수출용이 과연 다를까.

수출용이 안전도나 사양면에서 내수용보다 훨씬 우수하다는데 사실일까.

소비자들이 평소 품고있는 의구심중 하나다.

특히 최근에는 한 업체가 신문광고를 통해 자사에 유리하게 나온 국산
중형승용차 충돌테스트 결과를 소개하면서 "우리회사는 내수용과 수출용을
다르게 만들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끼워넣어 이같은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이에 따라 최근 소비자들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
각 업체의 내수차량과 수출차량의 차이를 조사해 공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전도에 관한한 내수용과 수출용사이에 차이점은
없다는 것.

협회는 이 자료에서 지난 94년이전에는 수출용차와 내수용차가 안전도면
에서 차이가 있었던게 사실이라고 털어놓고 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안전기준이 6개항목에 불과한 반면 선진국들은
다양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라는 설명이다.

협회는 그러나 지난 94년 1월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미국의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의
규정에 준해 35개 안전기준을 채택, 이 기준에 적합한 차량에 대해서만
내수판매를 허용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수용으로 판매가 허용된 차량은 세계 모든국가의 안전기준에도
부합되는 수준이라고 할수있어 수출용과 안전도에서 차이가 있을수 없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특히 수출용차에 대해서는 내수용에 비해 더 두꺼운 강판을 사용한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믿음과는 달리 같은 생산설비에서 나오는 한 모델의
차량은 강판 두께가 다를수 없다는게 협회의 주장이다.

만일 강판 두께가 달라진다면 프레스공정에 사용되는 금형을 따로 설치해야
하고 원활한 생산을 위해서는 별도의 생산라인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얘기다.

현재 자동차생산에 사용하는 강판의 두께는 내수용 수출용을 막론하고
차체는 0.7~0.8mm, 내부 보강재는 1.4~3.2mm 규격이다.

그러나 내수용과 수출용차의 모든 점이 같은 것은 아니다.

강판의 경우도 두께는 같지만 수출대상국의 기후 도로조건 등에 따라
종류가 약간씩 다르다.

예를들어 폭설이 잦아 겨울철에 제설염에 의한 차체 부식가능성이 높은
캐나다와 같은 지역에 수출되는 차는 부식에 강한 아연도강판의 비중이
높아진다.

또 각국의 법규가 요구하는 안전관련 장치의 내용이 달라 수출대상국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수 있다.

예컨대 에어백의 경우 북미지역 수출용은 필수적으로 장착토록 돼 있으나
내수용을 포함한 그밖의 지역 수출용은 선택품목으로 하고 있다.

자동변속기의 P(주차) 위치에서만 키를 뽑을수 있도록 하는 기능은
수출용에는 필수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나 국내 판매용은 이같은 기능이
없다.

아파트통로나 골목 등에서 자동 변속기의 N(중립) 상태로 주차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국이 도로나 기후조건 등에 따라 장착여부를 달리 규정하고
있는 품목은 20여종에 이른다고 협회는 밝혔다.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내수용 차의 품질이 수출용보다 뒤처질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성능이나 안전도와는 관련이
없는 일부 품목의 장착여부를 제외하면 아무런 차이점이 없다"고 말했다.

<정종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