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금융기관의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의
채권투자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국내금리가 앞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돼 과거만큼 높은 투자수익을 올리기
어려운데다 국제금융에 대한 직원교육 효과를 노려서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7일 필리핀 마닐라 샹그리라호텔 컨퍼런스룸.아시아채권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홍콩의 인컴파트너스사가 한국의 13개 투자금융기관을 초청,
이사회를 열고 있었다.

필리핀등 동남아국가에 대한 투자확대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참석한 강원은행 부산은행 서울증권 조흥증권 LG종금 삼양종금 국내
13개 금융기관은 이미 올해 상반기에 약1억달러(8백억원)의 자금을 모아
아시아채권 투자전용펀드 2개를 조성했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인컴파트너스사는 지금까지 1차펀드인 "아시아채권
펀드"에서 연14%, 2차펀드인 "아시아전환사채형 펀드"에서 연17%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국내금융기관이 출자한 대부분의 해외펀드 수익률이 연7%수준이거나
아예 결손을 보는 경우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라는게 이번
이사회에 참석한 국내금융기관 해외투자담당자들의 평가다.

인컴파트너스사의 운용담당임원인 프랜시스 치아씨는 "지난 6개월간의
성공적인 펀드운용성과를 토대로 한국과 유럽기관투자가가 공동투자하는
새로운 보장형 펀드를 구성할 게획"이라고 말하고 "이 펀드는 입출금이
자유롭고 6개월에 연7.5%(LIBOR+2.0%)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보장형펀드"라고
설명했다.

첫 해외투자에 나선 조흥증권의 이상돈부장(직무대리)은 "국내금융기관들이
그동안 펀드를 통한 해외증권투자에서 손실을 워낙 많이 경험해 펀드조성을
기피하는게 일반적 분위기지만 채권형펀드는 원금이 보장되는 데다 아시아
지역의 신흥시장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지아 등에 투자해 수익도
국내보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사회에 앞서 열린 만찬에서 라모스대통령에 경제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대학 경제연구센터 베르나르도 빌레가스 경제학부학장은
"필리핀은 지난 92년 라모스대통령 등장이후 정치가 안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60년대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번성했던 필리핀 경제가 그후
쇠퇴한 것은 부정부패 때문이 아니라 정치불안과 돠도한 정부규제 때문
이었다"고 분석하고 "필리핀정부는 규제완화 자유화 민영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지난해 5.7%였던 GNP성장률이 올해는 6.8%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고 전망했다.

필리핀경제가 이처럼 역동적인 모습을 보임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 지역에 대한 채권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 마닐라=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