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나치독일 전역에 B-29 폭격기로 무차별적인
융단폭격을 가했다.

그러나 폭격으로 사망한 독일군 병사의 숫자는 연합군이 떨어뜨린
폭탄수보다 작았다는게 이차대전이 남긴 기록이다.

현대전에선 이처럼 소모적인 융단폭격을 볼 수가 없다.

거대한 몸집의 B-29 대신 날렵한 F-14 전투기와 미사일이 등장한다.

F-14 전투기는 목표지점까지 정확히 날아가 공습을 가함으로써 인명피해와
전쟁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한다.

마케팅의 세계에서도 F-14가 B-29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일반광고보다는 구매력이 있는 특정 소비집단에
마케팅능력을 집중함으로써 "최소비용에 최대효과"를 거두려는 것이다.

이른바 "매스마케팅"의 시대에서 "1대1 마케팅" 또는 "틈새(Nitche)
마케팅"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불황기일수록 "데이터베이스 마케팅"(Database Marketing)이 빛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이 가장 먼저 삭감을 시도하는게 광고비용이다.

투입된 비용만큼 효과가 나는지 판가름하기 힘든 광고는 얼핏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데이타베이스 마케팅이란 고객에 대한 각종 정보 즉 이름 주소 나이
취미 좋아하는 색상 등과 과거의 구매기록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여기서 얻어진 목표고객에게 전화를 하거나 우편물을 발송함으로써
특정소비자를 집중공략하는 것이다.

그만큼 정확하고 효율적인 판촉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의류업체나 통신판매업체들이 고객의 명단을 작성, 해마다 사보나
상품카달로그를 발송하는게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사 비행기의 이용량에 따라 할인혜택을 주는 항공회사의 마일리지카드도
이에 속한다.

백화점업체들은 자사카드고객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카달로그를 우송하거나 각종 판매행사에 초청장을 보내고 있다.

정확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면 고객이 정확한 상품명을 기억하지 못해
"저번에 그거 있잖아요"라는 애매모호한 주문을 하더라도 기록된 내역을
보고 해당물건을 찾아낼 수도 있다.

고객에 대한 각종 정보 즉 데이타베이스가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경영
자원의 하나로 떠오른 셈이다.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은 형태에 있어 기존의 다이렉트마케팅과 매우 비슷
하지만 고객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을 세분화시켜 낸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에선 "20대 80"의 법칙이 바이블로 통한다.

특정한 2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일반대중 1백명을 대상으로 1백이라는 마케팅노력을 기울이는 것보다는
표적고객 20명에게 80만큼의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은 최근 들어 "릴레이션십 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이라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1-년사이 국내에서도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릴레이션십 마케팅이란
기업이 소비자는 물론 하청업체 오피니언리더 정부 등 각종 이해집단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기업과 외부환경이 공존공생하자는 것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릴레이션십 마케팅은 고객에 대한 사후관리를 중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히트상품을 발견,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이상으로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해주는 고정고객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1백만개의 히트상품보다는 1백만명의 고정고객"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본의 통신판매업체인 카달로그하우스나 미국의 아멕스카드가 엄격한
사후관리를 통해 고성장을 거듭한 것은 유명한 사례다.

이동훈 오리콤 마케팅플래닝 본부장은 "릴레이션십 마케팅은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주자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
에서 이를 소화해내기는 힘들다"며 "릴레이션십의 핵심요소와 부차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구별한 뒤 목표와 시행방법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