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11일 불황의 근본타개책으로 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2백30개
품목을 자체적인 구조조정룰에 근거해 <>철수사업 <>한계사업 <>전략사업
등 6개 사업군으로 나누는 작업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구조조정 작업은 "시장매력도"와 "자사 역량"이라는 두가지
원칙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자체적인 역량은 세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즉 인적자원 기술력 자금력 등이다.

또 다른 한축은 시장 매력도다.

여기에는 수익성 성장성 현재점유율(장악력) 경쟁의 치열도 등 7가지
항목이 포함돼 있다.

개별 항목엔 일일히 5점에서 15점까지의 점수가 매겨진다.

이 배점이 사업구조조정 전략의 노하우라는 것.

시장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시장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5점)를
얻고 있는 반면 수익성은 높은 점수(15점)가 주어진다.

불황기의 구조조정이란 특성에서다.

구체적인 배점은 물론 대외비다.

원론적으로 보면 경기침체기에만 기업의 사업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확장기에도 사업구조를 조정할 수 있다.

단 경기확장기는 "시장매력도"가 최우선이다.

즉 현재는 무수익사업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있다면 사업을
끌고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버티기" 경영이다.

그러나 불황기에는 "수익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성장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단기적 수익성이나 캐시플로우에 도움이
안된다면 포기한다.

"버리기" 경영인 셈.

이에 기초해 삼성은 전체 사업을 6가지 군으로 나누었다.

즉 <>수종사업 <>전략사업 <>유지사업 <>한계사업 <>철수사업
<>선택사업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역량을 가로축으로 하고 시장매력도를 세로축으로 한뒤
각각의 축을 세 단계(높음 보통 낮음)로 나누면 9개의 영역구분이
만들어진다.

역량도 높고 시장매력도도 높으면 그것은 수종사업이다.

역량은 높지만 시장매력도가 낮으면 전략사업이나 유지사업이다.

반면 역량도 낮고 시장매력도도 낮으면 한계사업이나 철수사업에
해당한다.

삼성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철수사업과 한계사업에 대한
선정작업은 거의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도표상의 정중간에 위치한 이른바 선택사업군.

역량도 보통수준이고 시장매력도도 중간 수준인 사업이다.

"이 부문은 유동사업군이다.

때에 따라 전략사업으로 또는 한계사업으로 갈 수 있다"(삼성그룹
비서실)는 것.

한정된 자원도 여기에 따라 배분된다.

남은 문제는 철수사업군 소속 인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

원칙대로라면 정리해고와 같은 고용조정 방식이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조정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방식은 너무 리스크가
크다.

"정리해고나 대량감원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비서실 관계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택은 한가지다.

비대한 관리부문 인원을 영업일선으로 재배치하는 방법이다.

사업구조조정은 각 그룹별로 다양한 방식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집중과 철수"로,선경은 인원감축으로 리스트럭처링을
진행중이다.

현대그룹은 한계사업 부문의 중소기업이양을 핵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그룹이 어떤 원칙과 룰에 의해서 한계사업과 전략사업을
선정하느냐 하는 점이다.

사업구조조정방식을 통해 그룹이 지향하는 미래상을 엿볼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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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버리기 경영'' 과 일본의 ''버티기 경영'' >>

"버티기 경영"이 일본식이라면 "버리기 경영"은 미국식이다.

세계 제일의 반도체 제조회사인 미국 인텔사는 "버리기 경영"을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

인텔은 당초 영위하던 메모리(기억소자)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이
맹추격을 가하자 이 부문에서 과감히 철수했다.

대신 CPU로 업종을 완전히 전환해 지금의 명성을 갖추게 됐다.

인텔의 리스트럭처링은 아주 명쾌한 것이어서 이 분야의 교과서로
꼽힐 정도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버리기"보다는 "버티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양조업체인 일본 산토리가 단적인 예다.

산토리는 맥주시장에 후발업체로 참여한 후 맥주의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어본 적이 없다.

수익도 내지 못하는 등 계속해서 고전하고 있다.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적당한 시점에서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러나 산토리는 아직도 맥주에 대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경기확장기와 달리 침체기에는 버티기에 따른 부담이 꽤 무겁다.

한국기업의 패러다임도 버티기에서 버리기로 급속히 전환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