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업체인 H사에 근무하는 K씨(26)는 명함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실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 회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실제로 적을 두고 있는 곳은 진방템프라는 인재파견업체.

그는 진방이 H사로 "잠시 일을 내보낸" 사람일 뿐이다.

H사 입장에서 보면 계약직 사원이다.

현재 능력등급이 "B급"으로 분류되고 있는 K씨의 월 평균 급여는 200만원.

대기업 그룹에 취직한 대학 동기들에 비해 1.5배 정도가 많다.

2~3년후 "A급"이 되면 월수 350만원도 가능해진다.

최근들어 K씨처럼 대기업에 정식 사원으로 입사하지 않고 파견업체에
소속돼 "이리 저리" 회사를 옮겨 다니며 근무하는 대졸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취업문이 워낙 좁아서이지만 각 기업이 핵심인력 외에는
계약직 사원으로 충원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인재파견업체를 통한 취직이
새로운 취업형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인재파견업은 근로자파견업 파견서비스업 인력공급업 임시업무파견서비스
헤드헌터(head hunter)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며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용역"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어떤 회사에 일시적 결원이 생기거나 갑자기 업무수요가 증가했을때
파견업체가 임시인력을 일정기간 동안 파견해 업무를 지원토록 하는 서비스
를 말한다.

최근에는 텔레마케팅 운전 경비 전화상담 우편물취급 포장 수송 등 특정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을 일괄 파견하고 관리하는 아웃소싱(outsourcing)까지
포함하는등 사업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승진 승급이 없고 수평적 이동이 가능한 모든 직종에 파견근로가 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진방템프 김선규사장)

현재 전국적으로 파견업체에 파견스태프로 등록하고 각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현재 약 5만여명.

특히 내년부터 인재파견업이 개방돼 다국적 인재파견업체가 국내에 몰려
들어와 파견근로자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재파견업체의 소개를 받고 파견근로자가 되는 것이
대졸자들에겐 주도적 추세는 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직 종사자인 K씨의 경우가 특별한 케이스일 정도로 아직까지 급여수준
이 높은 전문직 수요는 적은게 사실이다.

또 정식사원을 선호하는 대졸자들이 많아 인재파견업체에 등록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파견업체 등록자 가운데 대학생 비중은 현재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진방 김사장은 "반드시 파견근로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채용정보를 몰라
능력을 사장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기업 입사를 추진하는 동시에 인재파견업체에 등록해 언제든지 취업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취업네트워크"를 구축하는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