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나 원앙이 품에 안겨 자고 싶어요"
보옥이 어리광을 부리며 졸리는 눈을 끔벅거렸다.
대부인은 보옥이 음탕한 짓을 하려고 그러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원앙에게 보옥을 안아주도록 지시하였다.
보옥이 비틀거리며 침상으로 다가가 쓰러져 눕자 원앙이 침상 곁에서
어떻게 해야 할 바를 알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기만 했다.
"도련님을 안아주래두. 어머니처럼 안아줘. 그럼 곧 잠이 들 거야"
대부인의 재촉에 원앙이 할 수 없다는 듯 자기도 침상으로 올라가
보옥 옆에 누워 그를 꼬옥 안아 주었다.
"히히, 이 젖가슴이 큰아버지가 만져보려고 했던 그거구나"
보옥이 졸음으로 거슴츠레한 눈을 하고 두 손으로 원앙의 젖가슴께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원앙은 보옥이 제정신으로 그러는게 아닌지라 꾹 참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히히, 여기두"
보옥의 오른손이 어느새 원앙의 사타구니 속으로 들어왔다.
그제야 원앙이 슬쩍 보옥의 손을 밀어내었다.
보옥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원앙의 엉덩이를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보고 나서 스륵 잠속으로 미끄러졌다.
대부인의 손짓에 원앙이 조심조심 침상에서 내려오고 방에 있던
사람들이 조용히 물러났다.
보옥은 꿈속에서 통령보옥을 찾으러 다시 태허환경으로 들어갔다.
철괴선이라는 신선이 나타나 보옥을 첩첩산중으로 데리고 갔다.
한참을 가니 문처럼 생긴 바위굴이 앞을 가로 막았다.
그 굴을 지나 청경봉이라는 봉우리 아래에 이르렀다.
과연 거기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고 그 소나무 밑에 통령보옥이 놓여
있었다.
보옥이 반가워 그 구슬을 주우려 하자 철괴선이 구슬을 먼저 집어들고
껄껄 웃으며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보옥이 구름 속으로까지 철괴선을 쫓아가려 하였으나 두 다리가 땅에
박힌듯 꼼짝을 하지 않았다.
보옥이 다리를 움직이려고 용을 쓰고 있는데 사방에서 사람들이
손에손에 구슬들을 들고 보옥에게로 다가왔다.
생긴 모양도 통령보옥과 비슷하고 거기에 쓰인 글자도 통령보옥에
새겨져 있는 글자들과 똑같았다.
거리에 내걸린 현상문을 보고 상금을 타러 구슬을 들고 온 사람들이었다.
"모두 가짜야! 모두 가짜란 말이야! 세상은 온통 가짜 투성이야!"
보옥이 그 사람들 손에 들린 구슬을 집어 던지며 고함을 지르다 번쩍
눈을 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