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4일 오전(한국시간 5일새벽) 과테말라에서 가진
한.중미 5개국 정상회담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있는 회담이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여러나라 정상들을 한자리로 불러모아 회담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높아진 국제위상을 반영하는 것이고, 중미
국가들과 처음으로 공식적인 정책협의채널을 설치키로 한 것도 커다란
성과로 평가된다.

다자간 정상회담은 중미국가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이날 회담에는 차모로 니카라과대통령이 척추수술때문에 메나부통령이
대리 참석했을뿐 나머지는 모두 국가원수들이 참석했다.

휘게레스 코스타리카대통령은 당초 리오그룹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하고 한.중미 5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중미국가들이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이날회담에서 김대통령은 한.중미관계의 3대원칙을 제시, 중미정상들로
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대통령은 한.중미 관계의 발전방향으로 <>인권존중, 민주주의, 평화
등 인류공통의 보편적 가치추구 <>경제.통상 등 실질협력의 확대추구
<>개방적 지역협력의 강화를 통한 전세계적인 개방화와 자유화선도 등을
3대원칙으로 제시했다.

21세기 태평양시대를 맞아 기존의 우호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미래
지향적인 다양한 구상과 실천방안"을 제시했다는게 청와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경제.통상 등 실질협력의 확대
추구"로 해석된다.

김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중남미 사이의 교역량이 최근 5년간 2배이상
증가, 지난해 1백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오는 2000년에는 2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현재 3백개가 넘는 우리기업이 중미에만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투자액은 앞으로 중미지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더욱 늘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에 한국이 역외회원국으로
가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5천만달러를 출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대해 중미정상들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개발을 위한 각국의
노력을 설명하고 한국정부와 기업이 중미지역의 사회간접자본확충 등
경제사회개발노력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또 한.중미간 대화협의체를 창설키로 합의, 그동안
양자관계에 머물러왔던 이지역과의 관계를 다자차원으로 격상시켰다.

한.중미 대화협의체는 한국과 중미 5개국간의 포괄적인 정책협의창구로
고위급인사가 정기적으로 회동, 정부,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의제에 관해 의견교환을 갖고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김대통령은 중미5개국 정상회담에 앞서 가진 한.과테말라 정상회담에서도
역시 양국간 경제협력확대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과테말라측이 요구한 대기업중심의 투자요청에 적극 지원키로 하고 이를
위해 양국의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한다는데
합의했다.

김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중미지역의 경제사회개발노력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됐고 우리 기업들의 진출기반을 크게 확대시켰다는게
현지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과테말라시티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