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는 구성이 단순할수록 좋다.

예정된 승리를 향해 관객을 몰아가기만 하면 된다.

관객들도 즐길 준비가 돼있기 때문에 연출부담이 적다.

그러나 결말이 뻔하다는게 단점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얼마나 재미있게 엮느냐가 관건.

그런 면에서 영화 "틴 컵"은 절반의 성공을 담보하고 들어간 셈이다.

예견된 해피엔딩에 반전의 묘미까지 갖췄기 때문.

주인공 로이(케빈 코스트너)는 주니어 시절 주요 골프대회를 싹쓸이할
정도로 이름 날리던 프로골퍼였지만 스스로를 과신한 나머지 초라한 골프
강사로 전락한 인물.

고집불통에 저돌적인 성격을 지닌 그에게는 몰락한 영웅의 비애가 얼룩져
있다.

술과 절망에 찌들어 있던 그는 어느날 강습받으러 온 미모의 정신과
의사 몰리(르네 루소)를 보고 걷잡을 수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그렇지만 그녀는 로이의 라이벌이자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프로골퍼
심슨(돈 존슨)의 애인.

카메라는 그녀를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로이의 몸짓을 코믹하게
따라잡는다.

초라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으려는 로이에게
몰리도 더없는 자극제.

우여곡절끝에 US오픈 출전권을 따낸 그는 대회첫날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심슨과 선두를 다툰다.

여기까지는 상투적인 스토리.이 영화의 묘미는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
있다.

로이는 쉽게 이길수 있는 길을 뻔히 알면서도 "반란"을 일으킨다.

연적이자 최대 라이벌인 심슨과의 싸움보다 자신과의 대결에 집착,
2타로 끝낼 경기를 12타의 무모한 샷 끝에 "신기의 장타"로 마무리한다.

그가 "아름다운 패배"를 통해 얻은 것은 트로피보다 더 소중한 몰리의
사랑.

그러나 케빈 코스트너 한사람의 매력에 너무 의존해 작품의 질량감을
떨어뜨린 것이 결정적인 흠이다.

다소 덜렁대며 앞뒤 안보고 질주하는 "미국식 영웅"의 캐릭터도
리얼리티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31일 서울 롯데 그랑프리 녹색극장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