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이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하
는 행위를 모두 출자로 간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와 출자총액제한 대
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이에따라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하는 기업은 물론 은행권과도 마찰이 예상
된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30대 기업집단에 공문을 보내
각 그룹 계열사의 특정금전신탁 운영 내역을 제출토록했다.

공정위는 30대 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가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같은 계열사
주식을 취득할 경우 이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에 위배된다고 보고 이
같은 사례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공정위는 특히 LG반도체가 지난 94년 9월 LG전자 주식 3백68억원 어치를 사
들였다가 지난 7월 매각한 것은 명백한 상호출자위반이라고 보고 조만간 LG
반도체에 경고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공정위가 30대 기업집단이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계열사 주식을 매집
하는 행위를 출자로 보고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또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계열사가 아닌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하
는 행위도 출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주식 취득금액이 순자산의 25%를 넘을
경우 출자총액 제한을 어긴 것으로 간주해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주식매집에 대해 제재를 가
하지 않은 것은 특정금전신탁의 운영내역이 기업감사 보고서 등에서도 나타
나지 않아 이를 인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30
대 기업집단에서 보내온 특정금전신탁 운영 내역을 토대로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은행측에서는 현행 기업회계기준에도 은행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매입한 주식은 유가증권으로 보지않고 기명식 예금통장으로 보아 투자자산
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되어있어 이를 출자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
고 있다.

은행들은 또 지난 94년12월부터 재정경제원에서 특정금전신탁으로 자사주나
계열사 주식취득을 금지해온 만큼 이를 어기고 계열사 주식을 취득한 사례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재경원의 신탁업무운영요령이 법적 강제성이 없어 이를 위반
한 업체들이 상당수 있다고 보고 적발시 시정명령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
할 방침이다.

LG반도체는 지난 94년 9월 장기신용 제일 조흥 평화 외환은행등 5개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LG전자 주식 3백68억원어치를 매입했다가 지난달 증권
감독원으로부터 매각명령을 받고 이를 모두 처분했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