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6.7%는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구구할수 밖에 없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이미 선진국형으로 전환되면서 잠재성장률이
6%대 후반으로 떨어진터라 6.7%의 성장은 전혀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당초 예상됐던 7%대초반이 아닌 6%대후반으로
성장률이 떨어졌기 때문에 경기의 연착륙이 어렵게 됐으며 하반기 성장률은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엇갈린 분석을 대하면서 6.7%의 성장률을 놓고 우리경제가
속수무책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성급하지만 그렇다고
착실한 성장으로 보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여기서 우리가 특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성장률이 1.4분기 (7.9%)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성장의 내용이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설비투자와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제조업성장이 크게
둔화된 가운데 소비가 전체성장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3.4%에 불과하고 제조업 성장률도 6.5%로 전체
성장률을 밑돌았다.

수출은 물량기준으로 상반기중 증가율이 18.9%에 달했으나 금액기준으로는
7월중 3.6%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수출가격하락에 따른 기업의 채산성악화를 실감케 하는 수치이다.

오직 민간소비증가율만이 7.1%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경기하강 국면에서도 경기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아 2.4분기중
중화학공업은 8.6%의 성장을 누렸으나 경공업은 지난해 3.4분기 이후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을 개선할 정책적 대응책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새 경제팀 출범 이후 새로운 경제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감과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경기부양책의 유혹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같은 조치는 사정을 더욱 왜곡시킬 뿐이라는데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마당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려운 때일수록 교과서적 정공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경제주체 모두가 길게 보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개선이라는 우리경제의 장기적 과제를 꾸준히
밀고 나가되 지금 당장 기업의 경영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는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미시적 접근도 필요하다.

아울러 정책당국이든 일반국민이든 경제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고성장 만능주의에 길들여져온 기존의 시각으로 본다면 지금의 경제상황은
총체적 위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성장률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감속성장을 수용하면서 경쟁력 강화등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기조와 국민의 경제관을 재정립해야 한다.

정부로서는 저성장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감내해야 하며 국민 역시
저성장의 고통을 분담하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