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07)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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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반이 유상련으로부터 모욕을 받고 집안의 점원들이 귀향길에 오를 때
장덕휘라는 고참 점원을 따라가 일년 정도 장사도 배우고 천하유람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하금계를 아내로 맞이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잠깐뿐
다시 역마살이 도져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온다는 핑계로 남경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또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같이 떠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할 동업자를 구하러 가던 중 이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미남 배우 장옥함을 우연히 만나게 되어 설반은 그와
함께 어느 주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주막 급사 녀석이 장옥함에게 마음이 있는지 자꾸 곁눈질을
하며 훔쳐보았다.
설반은 은근히 기분이 상하여 저놈을 혼내줘야하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그날은 아무 일이 없이 지나갔다.
다음 날 설반이 동업자를 구하여 바로 그 주막으로 들어갔는데,술을
마시다 보니 술잔에 파리 한 마리가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급사 녀석에게 술을 바꿔달라고 했는데도 급사 녀석은 늑장을
부리면서 술을 얼른 바꿔주지 않았다.
어제 일도 있고 하여 부아가 치민 설반이 술잔을 집어들고 급사 녀석을
치려는 몸짓을 해보였다.
설반은 위협을 하려는 의도로 그랬던 것인데,급사 녀석이 건방을 떨며
때릴 테면 때려보라는 식으로 머리를 들이밀자 설반이 그만 화가 폭발하여
술잔으로 그 녀석의 정수리를 온힘을 다해 내리쳤다.
급사 녀석은 단번에 꼬꾸라져 피를 쏟으며 뭐라뭐라 하다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설반이 살인 혐의로 현청에 갇혀 있다는 소식이 영국부로 전해지자
설반의 어머니 설부인은 기절초풍 할 지경이었다.
설부인은 집에 와 있는 설반의 사촌동생 설과를 부랴부랴 설반이 갇혀
있다는 현청으로 보내어 사정을 알아보게 하였다.
설과는 설반을 면회하기도 하고 살인현장을 찾아가보기도 하고 증인들을
만나보기도 하느라 남경 근처에 계속 머무르면서 하인들 편으로 설부인에게
일의 경과에 대해 서신을 보내어 보고하였다.
설과는 설반이 고의적으로 살인을 한 것이 아니라 과실치사 내지는
폭행치사 정도에 불과한 죄를 지었으므로 청원서를 올리고 증인들만
잘 세우면 가벼운 형벌로 처리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왔다.
하지만 피해자 측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설반이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처지라 설부인은 얼마의 돈이 들더라도
빨리 손을 써야 한다면서 허둥대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
장덕휘라는 고참 점원을 따라가 일년 정도 장사도 배우고 천하유람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하금계를 아내로 맞이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잠깐뿐
다시 역마살이 도져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온다는 핑계로 남경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또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같이 떠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할 동업자를 구하러 가던 중 이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미남 배우 장옥함을 우연히 만나게 되어 설반은 그와
함께 어느 주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주막 급사 녀석이 장옥함에게 마음이 있는지 자꾸 곁눈질을
하며 훔쳐보았다.
설반은 은근히 기분이 상하여 저놈을 혼내줘야하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그날은 아무 일이 없이 지나갔다.
다음 날 설반이 동업자를 구하여 바로 그 주막으로 들어갔는데,술을
마시다 보니 술잔에 파리 한 마리가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급사 녀석에게 술을 바꿔달라고 했는데도 급사 녀석은 늑장을
부리면서 술을 얼른 바꿔주지 않았다.
어제 일도 있고 하여 부아가 치민 설반이 술잔을 집어들고 급사 녀석을
치려는 몸짓을 해보였다.
설반은 위협을 하려는 의도로 그랬던 것인데,급사 녀석이 건방을 떨며
때릴 테면 때려보라는 식으로 머리를 들이밀자 설반이 그만 화가 폭발하여
술잔으로 그 녀석의 정수리를 온힘을 다해 내리쳤다.
급사 녀석은 단번에 꼬꾸라져 피를 쏟으며 뭐라뭐라 하다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설반이 살인 혐의로 현청에 갇혀 있다는 소식이 영국부로 전해지자
설반의 어머니 설부인은 기절초풍 할 지경이었다.
설부인은 집에 와 있는 설반의 사촌동생 설과를 부랴부랴 설반이 갇혀
있다는 현청으로 보내어 사정을 알아보게 하였다.
설과는 설반을 면회하기도 하고 살인현장을 찾아가보기도 하고 증인들을
만나보기도 하느라 남경 근처에 계속 머무르면서 하인들 편으로 설부인에게
일의 경과에 대해 서신을 보내어 보고하였다.
설과는 설반이 고의적으로 살인을 한 것이 아니라 과실치사 내지는
폭행치사 정도에 불과한 죄를 지었으므로 청원서를 올리고 증인들만
잘 세우면 가벼운 형벌로 처리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왔다.
하지만 피해자 측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설반이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처지라 설부인은 얼마의 돈이 들더라도
빨리 손을 써야 한다면서 허둥대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