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제6회
북한경제 국제학술회의"에서 주제발표한 윌리엄 뉴컴 (미 국무성
정보분석실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퍼넬 (미 아시아태평영발전전략연구소
실장) 린 터크 (미 국립APEC센터 선임자문관) 고던 프레이크 (미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실장) 등 북한경제전문가들은 사석에선 북한의 정치
사회분야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어느 발표자는 북한의 권력구조를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에 비유하면서
"김일성이 성부라면 김정일은 성자라 할수 있고 당은 성신이라 할수
있다"며 "북한에서 아무리 김일성과 김정일은 하나라고 선전하지만
성부와 성자는 그 위격이 다르다"고 분석.

또 북-미협상에 참여했던 다른 발표자는 실무회담에선 서로 합리적으로
합의를 한 사항도 북한정부에 보고해 최종 결론을 내리려면 지연되거나
번복되는 일이 잦았다면서 "북한 정권내 군부 등 강경 보수세력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추측.

한편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어느 발표자는 북한주민에게 "나도
한국식 이름이 있다"고 자랑하자 "왜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쓰지
않느냐"며 "그 이름을 사용하는게 바로 주체사상"이라고 대답해 "나는
순수한 백인"이라고 해명해서 겨우 넘겼다고 에피소드를 소개.

때마침 "한총련"이 연세대를 점거하고 폭력행위를 휘두르고 있는때라
화제는 자연히 "한총련사태"로 흘러갔으나 이에 대해 그들은 일체 언급을
회피.

한총련의 이적성이나 폭력행위가 남북간의 경제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날 회의의 마지막인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시간에 어느 발표자는
"남한의 경제력은 북한보다 월등하므로 강자인 한국이 북한에 대해
자신을 갖고 관용을 베풀며 인내를 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했고 또 다른
발표자는 "남북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화밖에 없다"면서 "회담을
끊임없이 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간의 공식회담이 어째서 중단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손병두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공노명외무장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의 북한에 대한 정책은 "강풍"이 아니라 "햇빛"으로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유도하려는 것이었지만 햇빛에 구름이 끼어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라며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