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동안 전라 좌도농악의 맥을 이어온 국악인이 있다.

현대화의 물결에 휩쓸려 전통 전라좌도 농악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유명철씨 (55.전북 남원시 금지면)는 17세 때부터 지금까지 40여년동안
외길을 걷고 있다.

유씨가 전라좌도 농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58년 9월 마을
농악패의 공연을 따라 다니며 구경하다 상쇠인 강태문씨로 부터 "소질이
있는 것 같으니 농악을 배우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은후 부터였다.

유씨는 강씨로 부터 꽹과리를 배우기시작,한달 뒤에는 마을 농악패를
이끌고 남원에서 열린 전국농악경연대회에 참가해 특별상을 수상하는
천재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유씨는 19세가 되던 지난 60년 전라좌도 농악을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고
결심, 좌도 농악의 대가인 최상근씨와 김수동씨를 찾아가 사사를 받은뒤
당시 최씨가 창단한 금산농악단에 입단해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가족들은 이때"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인데 농악에만 매달릴 수 있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유씨의 열의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유씨는 지난95년부터는 전라좌도 농악을 후배들에게 전수해줘야겠다고
생각, 광주와 전주, 남원농악단을 가르치는 등 전통농악 맥잇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는 "나의 소망은 뿌리깊은 전라좌도 농악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싶지만 마땅한 전수관 하나 없는 현실에서 많은 역부족을
느낀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유씨는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우리의 이름을 지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천시당했던 국악인이지만 우리의 맥을 지킨다는 보람과 긍지로
산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