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의원실에 알아보고 전화드리겠습니다"

"미스 최, 오세웅 의원실에 연락해서 빨리 원내부총무실로 가시라고
전해줘요.

차 좀 준비시켜주고"

권승 보좌관(31)의 옆에 서면 바람이 인다.

젊은 보좌관의 패기가 느껴진다.

그는 신한국당 최연희 국회의원의 보좌관.

당내 최연소 보좌관이라는 라벨도 붙어 있다.

쉽게 말해 권보좌관은 젊은 나이에 "보통 공무원들이 20여년동안 일해야
올라설 자리"에 섰다.

생각하기엔 충분히 자랑하고 드러낼 만한 위치인데도 권보좌관은
"모자란 점이 더 많다"며 겸손해한다.

그래서인지 국회의원 보좌관하면 으레 떠오르는 "배는 나오고 거만이
목에 걸리는 그런 스테레오 타입"은 아니다.

그의 애길 듣다보니 그가 꼭 나이가 젊어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권보좌관은 보좌관의 덕목중 "화광동진"을 최고로 꼽는 "정통파"다.

"화광동진"은 빛을 눌러 먼지와 같이 만들라는 말로 주위사람들과 화합을
중요시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보좌진을 비롯해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단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보좌관은 매우 매력적인 직업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일반인은 물론 최고위 정책관계자들을 만나 입법에 필요한 작업을 할수
있어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는게 그의 설명.

재빠른 판단력과 상대방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독심력도 키울수 있는
것도 이점중의 하나.

그러나 국정을 이끌어가는 국회의원을 음으로 양으로 보좌하는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권보좌관은 꼽는다.

권보좌관은 현재 직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만큼 바라는 점도 많다.

"보좌관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다는 점이
제일 아쉽습니다.

미국과 같이 1만5,000명의 전문 보좌관들이 국회일을 챙기는 그런 시스템은
어렵겠지만 보좌관들이 개인비서처럼 모든일을 처리해야하는 국내 보좌관제
아래에서는 전문보좌관들이 자신의 역량을 펴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는 보좌관들이 "디시전 메이커(의사결정자)"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국회내에서 "보좌관 풀(POOL)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보좌관들이 전공분야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서로가 갖고 있는
정보와 전문지식을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행정부와 입법부간의 풀어야할 문제들이 많은 것
같다는 걱정도 빼놓지 않는다.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이냐는 질문에 그는 "바쁜 보좌관생활 때문에
여섯살배기 아들 시진이와 두살된 귀여운 딸 지수를 맘껏 데리고 놀 시간이
없다"며 막 정치판에 온 새내기다운 상큼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