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직장인이 대거 사회로 진출하면서 달라진 새직장풍속도의 압권은
누가 뭐래도 직장상사와의 관계.

직장상사-부하직원의 수직적 관계는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상당부분 대등한 관계로까지 발전해가는 추세다.

옛날처럼 "직장상사가 시켰기 때문에" 혹은 "나(직장상사)도 예전에 이렇게
했으니 너희(신세대 직장인)도 이렇게..." 등은 신세대에게 통하지 않는다.

군사정부시절 직장문화가 상명하복 형태의 군사문화였다고 한다면 당당한
민주정부시대 신세대 직장문화는 대화와 토론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믿는다.

신세대 직장인이 이렇게 당찰수 있는 것은 입사초기부터 자신의 고유영역을
책임지고 맡기 때문.

성과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대그룹들이 앞장서서 가장 능률적으로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넘기면서 부터다.

삼성데이터시스템에 근무하는 김덕기씨(29)는 "자기가 맡은 분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상사의 명령이라도 부당하다고
느끼면 조목조목 따진다"며 자기주장이 뚜렷한 신세대의 모습을 드러낸다.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팀제도 비슷하다.

"임원-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으로 이어지는 결재라인은 "임원-팀장-
팀원 "으로 짧아졌다.

지시를 내리고 받던 과장(대리)들이 이제는 똑같은 팀원의 위치가 됐다.

직장상사보다는 동료에 더욱 가까워진 셈이다.

차장 과장 대리 사원이 모두 직급만 다를뿐 개별 업무영역을 갖고 있다.

부하직원으로부터 존경받는 직장상사의 모습도 바뀌었다.

예전같으면 편하게 대해주는 상사, 술을 자주 사주는 상사, 두루 널리
아는 상사들이 부하직원으로부터 존경받았다.

그러나 신세대 직장인은 전문성을 갖춘 상사, 자신의 업무에 도움이 되는
상사들을 존경한다.

사람좋은 상사라도 무능하다면 대하기를 꺼린다.

예전에 직장상사의 권위가 경험과 관록에서 비롯됐다면 신세대직장인은
전문성과 업무수행능력을 갖춘 직장상사여야만 권위를 인정한다.

이같은 현상은 외국에서 경영자과정(MBA) 등을 마치고 돌아온 유학파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외국에서 자유분방하게 일하던 습관이 들기도 했지만 국내기업에 특채
되면서 우대받기 때문에 MBA들은 기존 조직의 틀을 무시하기도 한다.

주택은행에 근무하는 이승재씨(30)는 "유학파들이 입사하면서 상하관계가
불분명해지기는 했지만 전문성이 더욱 강조되는 경향"이라며 달라진 분위기
를 설명했다.

승진인사고과에 상사의 평가가 작용하기 때문에 예전같으면 부하직원들은
직장상사에게 신경써야 했다.

그러나 승진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 신세대들은 상사의 평가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또 부하직원이 직장상사의 승진인사고과를 평가하기도 한다.

심지어 최근들어서 LG그룹이나 일부 은행에서는 대리급 사원이 부장들을
교육하기도 한다.

부장등 관리자급들은 컴퓨터 워드프로세서 통신등이 익숙하지 못해 대리급
사원들에게 교육받아야 한다.

교육에 관해서는 위아래가 역전된 셈이다.

전문성과 능력이 강조되면서 달라진 새직장풍속도이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