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조각가 유승돈씨(42)가 오는 20~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542-3624)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유씨는 지난 85년 홍익대재학중 대리석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로 건너가
카라라아카데미에서 수학한뒤 현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오고 있는 작가.

92년 이후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있는 유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대리석과
브론즈작품 30여점을 출품한다.

인간의 존재의식에대한 강한 회의에서 출발하고있는 그의 작품세계는
왜곡된 인체를 소재로 하고있다.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는 수직적인 구도를 주조로 하면서 덩어리로부터
완전하게 분리되지않은 상태로 해체된 형태를 띠고있는 작품들은 대리석을
다루는 작가의 탁월한 테크닉이 뒷받침돼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인간존재에대한 회의와 또 회의를통한 존재의 확인이라는 주제의식 또한
확연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그는 형식및 내용에있어서도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면서 작품성과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내고있다.

현대사회가 추구해온 인간의 편의와 행복의 뒤안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존재에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있음을 작가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형상화하고 있는것.

생명이 없는 돌덩어리에 인간의 형상을 새겨넣어 생명감을 불어넣는
작업은 오랜동안 조각가들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인간의 존립마저 위기를 맞고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더이상 인체가
예술가들의 흥미를 끌지못해왔지만 유씨는 인간이 제외됐던 모더니즘의
종언속에서 인체야말로 인간의 존재를 확인시켜줄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