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이 1년에 10편씩의 한국영화를 제작하겠다고 선언, 국내 영상
시장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제일제당은 최근 출자사인 제이콤(대표 김종학)을 통해 "쿠데타" "논픽션"
"인샬라" "바리케이드" 등 4편의 영화를 동시제작해 빠르면 올해말부터
개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종학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제이콤을 설립한지 1년이나 됐는데
왜 작품을 내놓지 않느냐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이번 작품들을 시작으로
1년에 10편 안팎의 영화를 발표하겠다"고 말해 제일제당의 영상소프트확보
전략이 질적인 수준뿐만 아니라 물량면에서도 엄청난 규모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해 미스필버그사단과 손잡고 드림웍스SKG를 설립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제일제당은 95년 독립 영화제작사인 제이콤을 출범시킨데 이어
미래영상산업에 대한 그룹차원의 중장기전략을 수립, 대내외적인 기반
다지기에 박차를 가해 왔다.

앞으로 만들어질 영화들은 제일제당이 자본과 마케팅 배급 등을 일괄
책임지고 제이콤은 제작에만 전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영화계에서는 방송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은 김종학.송지나 콤비가
영화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점과 대기업이 자본및 흥행을 책임진다는 점
때문에 제일제당의 한국영화 제작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제일제당은 극장용 영화외에 제이콤애니메이션을 통한 만화영화제작과
제일골든하베스터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외화수입.배급등 유통망 확충에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더구나 향후 제이콤이 제작하는 모든 영화와 드림웍스에서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제일골든하베스트의 배급망을 타고 아시아지역에 독점공급될
예정이어서 제일제당의 영화제작참여는 한국영상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종학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인 "쿠데타"는 송지나씨의 각본에 최민수
이정재 등 모래시계의 주연급 탤런트들과 배우 안성기가 힘을 합친 작품.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 진전에 따라 불안을 느낀 군부내 보수집단이
남북 양측의 정치인을 암살하는 과정에서 특수부대 소속 킬러와 야당
지도자의 여성 참모 사이에 싹트는 비극적 사랑이 줄거리.

"논픽션"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원한 제국"으로 해외 영화제를
휩쓴 박종원감독의 신작.

감각적이고 집단화된 대중문화의 속성을 컬트적 기법으로 해부한다.

"인샬라"는 지난해 "개같은 날의 오후"로 데뷔한 이민용감독의 두번째
작품으로 원작자 권현숙씨의 시나리오에 최민수 이영애가 주연한다.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다 조난당한 한국인 여자 유학생과 그를 돕는 북한
외교관의 운명적인 사랑이 중심 스토리.

신인 윤인호감독의 "바리케이드"는 최소자본으로 제작하는 실험영화.

외국인 노동자들의 애환을 우리의 과거상과 대비시킨다.

김정균 박은정 주연.

국내개봉에 앞서 외국의 독립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