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은 무조건 좋은것"이라는 풍조가 사라질 때도 된듯한데 여전히
새것과 서구적인 것, 유행하는 것에 대한 선호가 기승을 부린다.

그릇이고 가구고 멀쩡한 것을 유행 또는 기분에 따라 바꾼다.

새것만을 좇는 경향은 미술품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95년부터 외국미술품 바람이 불자 너나 할 것없이 모두 우리 미술품은
외면하고 외국작가 작품만 찾느라 야단이다.

하지만 오늘날 비싸고 좋은 고가구 수장가들은 50~60년대에 한창
유행하던 철제캐비닛이나 호마이카장롱을 사지 않고 옛가구를 그대로
보전했거나 남들이 헐값에 내놓은 것을 사들인 사람들이다.

옛그림과 도자기 역시 마찬가지.

선조들의 용품을 소중히 한 사람은 재산보전 내지 투자면에서 결코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 미술계의 정설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대접을 받지 못했던 개다리소반의 값이 100만원을
호가하는 것은 좋은 예.

부동산이나 증권과 마찬가지로 미술품투자에 있어서도 유행을 좇아
움직이면 자칫 막차를 타게 돼 원금을 보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외국작품이나 최신 유행 작품을 좇기보다 우리
정서에 맞는 옛작품이나 국내 작가중 성실하고 꾸준히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작가의 작품을 골라 집중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 미술품중 소더비나 크리스티경매에서 높은값에 낙찰되는 것이
고미술쪽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주에는 구한말 궁궐에서 사용했음직한 나전경상과 모란문이
아름다운 백자청화문합이 출품됐다.

산그림으로 유명한 서양화가 박고석씨의 판화가 100만원, 한국화의
현대화작업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중견작가 이왈종씨의 20호짜리가
800만원에 나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