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이란과 2백30억달러상당의 천연가스개발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미국의 대서방외교정책이 혼란에 빠지는 위기에 직면했다.

터키정부는 미국의 이란제재법이 최근 발효됐는데도 불구하고 12일 이란과
천연가스협정을 공식 체결하는등 미클린턴행정부를 무시하는 대외협상을
강행했다.

터키는 이란과의 가스개발협정이전에 미국외교에 협조적인 친미국가였던
관계로 미국행정부로서는 터키정부의 태도변화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에대해 미국무부는 터키에 대한 제재가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제재로 인한 미국측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신경전에 돌입했다.

터키측은 이번 이란과의 협정은 투자가 아닌 단순한 무역에 불과해 미국의
대이란 투자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서 협정을 취소할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관련, 외교분석가들은 터키가 미국을 무시하면서까지 이란과 가스개발
협정을 강행한 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며 미국이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이란제재법은 사실상 사문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분석가들은 그러나 미국이 터키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경우 이란에
대해 터키와 비슷한 입장을 견지해온 EU(유럽연합)가 반발, 미국의 대서방
외교기조 자체가 흔들리는 혼란상태가 빚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