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에 들으니 보금이 말이야, 장안에서 떵떵거리는 매한림 대감의
며느리로 주기 위해 자기 오빠가 이번에 데리고 온 거래.

이전부터 부친들끼리 서로 사돈이 되자고 약속을 했다나"

보채가 자기 옆에 누운 대옥에게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그래요? 그럼 보옥 오빠가 헛물을 켜고 있군요"

대옥도 한층 밝아진 얼굴로 대꾸하였다.

"보옥 도련님이 보금이랑 결혼할 생각이 있어서 보금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제법 충격을 받겠지"

그렇게 말하는 보채의 어투에는 보옥의 혼인 상대는 어디까지나 자기가
아니겠느냐는 자신감 같은 것이 깔려 있었다.

대옥은 아무 말이 없이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소문 하나에 마음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자신이 어쩐지 옹졸하게
여겨지기만 하였다.

언제쯤이면 어런 애욕의 차원을 벗어나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의 상태에 이를 것인가.

"대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보채가 대옥 쪽으로 돌아누우며 슬그머니 대옥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런 동작은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대옥이 가늘게 한숨을 쉬며 가슴에 얹힌 보채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그것은 자기 몸을 빨리 애무해 달라는 몸짓 같기도 했다.

보채가 대옥의 젖가슴을 손바닥으로 쓸어주며 간간이 젖꼭지를 건드리자
대옥은 몸을 조금씩 뒤틀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보금이 말이야, 탐춘이랑 밴대질을 한다는 소문도 있어"

우리처럼 말이에요? 이런 말이 대옥의 입에서 불쑥 나올 뻔하였다.

탐춘은 보채와 기거하는 향릉에게 은근히 마음이 있어 접근하다가
보채에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지 않은가.

탐춘이 향릉에게 접근하는 길이 차단당하자 보금이랑 붙게 되었는가.

어쩌면 보금에 대한 나쁜 소문을 지어내느라고 있지도 않은 일을 보채가
부풀려 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여자끼리 밴대질을 해도 쾌감이 있는 모양이죠?"

대옥이 지금 보채의 손길로 인하여 쾌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런
질문을 하고 있었다.

하긴 둘이 완전히 알몸이 되어 진짜 밴대질을 해본 적은 없는 보채와
대옥이었다.

"우리도 진짜로 한번 해볼까? 그 느낌이 어떤가 시험을 해보게 말이야"

보채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