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의 수임한도제한을 완화하고 법인화를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한
"외부감사제도 개선방안"이 나왔다.

재경원은 세계적 추세인 감사계약의 자유수임제를 수용하면서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내년부터 회사자산규모별 수임한도제한을 없애고 99년부터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수임총량한도도 폐지하는 대신 상장법인의 감사계약기간을 현행
1년에서 최소 3년으로 늘리는 등 감사인의 위치를 강화해 과당경쟁의
부작용을 보완토록 한다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또 회계법인에 준하는 혜택을 줘온 합동회계사무소를 폐지하는 대신
회계법인 설립요건을 완화, 법인화를 유도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개선방안은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재경원이 의도하는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부감사제도가 그동안 기대한만큼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은 수임경쟁이
지나쳤기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바로 그렇다고 본다면 수임경쟁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큰 공인회계사
수임한도확대는 문제가 있다.

수임경쟁이 외부감사제도의 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그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거의 무차별적이었다는데 원인이 있다.

즉 A회계법인이 감사인이건 B회계법인 또는 C공인회계사가 감사한 것이든간
에 공신력에 차이가 있다고 보는 인식은 아직도 지극히 박약한게 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외부감사인 스스로 질에 대한 의식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임한도를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계약기간을 늘리는 것
마저도 수임경쟁만 부추길 우려가 크다.

한번 계약을 맺으면 최소한 3년이 보장되는만큼 물량확보에 더욱 혈안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외부감사인의 위치는 재경원 생각과는
반대로 더욱 약화된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합동회계사무소를 없애겠다는 것도 좀더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개인보다는 법인이 공신력이 있다고 볼수 있으므로 합동회계사무소를
없애는 대신 회계법인 설립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재경원 구상도 보기에
따라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행 공인회계사 30인이상으로 돼있는 회계법인 설립요건을
10인이상으로 낮춘다면 자칫 회계법인에 대한 그나마의 인식마저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외부감사인을 법인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기본방향
이지만, 이는 대형화를 전제로한 것이어야 한다.

대형화된 회계법인이 자신들의 상호에 대한 신뢰를 인식, 보다 공신력있는
외부감사를 해나가겠다고 서로 경쟁을 하도록 제도를 짜야 한다.

그런 여건이 되면 기업들도 자신들의 재무제표에 대한 공신력을 목적으로
감사료를 더 내더라도 외부감사인을 선별하게 될 것이다.

자칫 때이른 수임한도제 철폐가 감사료 인하경쟁과 부실감사로 이어질
우려는 없는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