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신임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취임식직후 가진 기자간담회
에서 "앞으로 경제정책은 기존의 정책방향에 "한승수스타일"을 가미
하겠다"고 밝혔다.

"고비용 저효율구조 개선"이라는 기존 경제정책의 총론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적어도 각론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부총리는 이날 새벽 일찍 취임사를 직접 썼다.

재경원 실무자들이 사전에 건네준 참고용 취임사는 그야말로 "참고"만
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날 한부총리가 읽은 취임사에는 앞으로 정책변화의 방향이
어느정도 배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취임사와 기자간담회에서 나타난 "한승수스타일"은 "경제관료
들이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천정부종합청사의 경제관료들 책상에서 보는 경제와 시장바닥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가 크게 다른 만큼 공무원들이 현실경제를 정책
수립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부총리는 "그래야만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할
수 있고 이것이 경제활력의 회복과 재도약을 꾀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부총리는 구체적으로 세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규제의 완화가 아닌 과감한 "철폐"다.

자원배분을 시장기능에 맡겨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조장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 만큼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둘째는 물가안정과 고용안정.

정부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기능이 서민생활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인
만큼 재정 통화 등 거시정책의 적절한 운영은 물론 임금 땅값 물류 등의
미시적 분야에서도 철저한 점검을 통해 물가안정에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셋째는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변화하는 구조조정과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계층을
감싸 안아 국민들의 일체감을 증대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복지차원에서 서민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경기양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특별대책을 마련할 것임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한부총리는 이날 재경원 내부의 조직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합병으로 인한 인사잡음이 많았던 점을 의식,
"신상필벌을 기준으로 인사를 할때 어떤 잡음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공명정대한 인사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진작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