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서 동양인이 미국 행정학회의 회장이 된 전례가 없었습니다.

30년 이상 계속된 끊임없는 연구활동과 학회활동이 미국인 교수들이
가지고 있던 다른 인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94년 동양인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행정학회 회장이 된
샌프란시스코주립대 행정대학원장 조용효 박사(62)가 한국 행정학회와의
연구교류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행정학회는 1만명의 정부관료와 3,000여명의 행정학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내에 130개 지부를 거느리고 있는 행정의 이론과
실무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단체로 알려져 있다.

조박사는 "다른 학회와는 달리 미국 행정학회는 세미나, 토론회,
서적발간 등 모든 활동분야에 이론과 실무가 조화될 수 있도록 교수와
정부관료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막 1년의 실험을 마친 한국의 지방자치제에 대해 조박사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에서의 지방자치는 자생적으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공동의 인식에 바탕을 둔 지방자치제가 정착하지 못하고
정치논리에 의해 자치제의 틀이 이뤄져 불안한 출발을 한 것입니다"

그는 지방자치제가 이처럼 정치논리에 의해 제도가 만들어져 행정의
효율성이 침해받는 경우가 많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도시의 경우 행정단위가 광역화, 일원화되고 있는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생활 문화 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나가기
위해서는 행정의 일원화가 필요한데 서울시만해도 25개 구청으로 쪼개져
있어 효율적인 행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주민들 스스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정에 참여해야 하며 중앙정부에서도
획일적인 규제를 가하지 말고 지역여건에 따른 다양한 재정과 권한의
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