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에 어둠이 짙게 깔리면서 시작된 제26회 하계올림픽대회
폐막식은 이번 대회 개회식과 육상경기가 열렸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8만3천여 관중이 꽉 들어찬 가운데 오후 9시부터 2시간55분동안 진행.

전철과 셔틀버스 등 공영교통수단을 이용해 온 관중들은 이날 오후 6시
주경기장의 문이 열리면서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 개막 1시간전에 이미
관중석을 메웠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백97개국, 1만5천여명의 선수단 가운데 아직
귀국길에 오르지않은 각국 선수와 임원들은 이날 선수촌에서 제공한
셔틀버스편으로 이곳에 도착한 뒤 관중석 맨아래 스탠드에 국가에
관계없이 섞여 앉았다.

<>.폐막식 식전행사에서는 한국의 이봉주선수가 영광의 은메달석에
오르는 마라톤 시상식이 개최돼 한국마라톤의 위상을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과시.

무더위 때문에 일정을 오전으로 앞당기는 관계로 대회 파이널 이벤트로
진행되지는 못했으나 시상식만은 폐회식에 겯들여 중요성을 강조한 마라톤
시상식은 8만관중은 물론 전세계 10억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

바르셀로나의 황영조에 이어 한국마라톤의 위상을 높인 이봉주는
우승자인 남아공의 조시아 투그와네, 3위인 케냐의 에릭 와이나이나 등과
나란히 시상대에 올라프리모 네비올로회장 등 국제육상연맹 관계자들로
부터 메달을 받았다.

3초차이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이봉주는 "코리아 이봉주"라는 장내
안내방송이 있은 뒤 시상대 2위 자리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건 뒤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두손을 번쩍 흔들며 답례.

이어 남아공 국가 연주와 함께 번대회에서는 처음으로 메인스타디움에
태극기가 게양돼 선수단과 교포응원단의 가슴을 뿌듯하게 했다.

<>.이날 폐회식에서는 스탠드에 앉은 관중들이 카드섹션용 천을 펼쳐
만든 대형 스크린에 이번 올림픽 경기 장면을 투사, 하이라이트 순간을
보여줘 많은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로큰롤가수 글로리아 에스테판이 주제곡의 하나인 "리치"를
부르는 동안 성화대 바로 아래 스탠드의 관중 5백여명 하얀색 천을
펼쳐 초대형 스크린을 만들었고, 이 스크린에 종목별 하이라이트 장면이
5분동안 소개됐다.

<>.폐회식 공개행사는 수백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동원됐던 개막식
행사때와는 달리 수십명 단위의 소규모 인원이 등장하는 대신 폭죽과
스케이트보드, 산악자전거, 고적대 등 도구를 이용한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특색.

특히 오후 9시 정각 이웃 애틀랜타브레이브스구장에서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쏘아올린 불꽃놀이로 시작된 식은 프로그램이 선보일 때마다
그라운드와 스타디움 곳곳에서 폭죽을 무차별로 쏘아올려 공식행사가
시작되기전 스타디움안은 연기로 자욱했을 정도.

또한 마라톤 시상식후 있은 고적대연주에서는 엉터리고적대장이 나와
지휘하다엉망으로 만든 뒤 붙잡으러 나온 안전요원들의 차를 훔쳐타고
달아난다는 코믹한 내용을 보여줘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공식행사 첫 순서인 참가국기 입장에서는 이번대회에 참가한 1백97개
IOC회원국이 오륜기를 앞세우고 입장했는데, 기수는 국가별로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등 대표적인 활약을 한 선수들이 대부분.

한국은 이번 대회 여자유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조민선 (쌍용양회)이
금메달을 목에 건채 태극기를 들고 입장, 다른 국가들과 함께 그라운드
중앙에 설치된 무대주변에 빙둘러 정렬.

이어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와 차기 대회 개최국인 호주의 국기가
게양된 뒤빌리 페인 애틀랜타올림픽조직위원장과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이번 올림픽을 성공적인 대회로 끝나게 한 각국
선수단의 노고를 치하.

<>.이날 폐회식에서는 오는 2000년 제27회 하계올림픽대회 개최지인
호주 시드니를 소개하는 원주민과 캥거루쇼가 곁들여져 눈길.

시드니의 프랑크 사토시장이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장으로부터 올림픽 기를 넘겨받는 기념식이 끝난뒤 원주민 복장을 한
무용단원들이 무대위에 올라 전통춤을 추고 자전거를 탄 캥거루 인형들이
등장, 차기대회 개최지의 풍물을 소개.

<>.지난 16일동안 애틀랜타 창공을 지켜온 올림픽기가 올림픽찬가가
연주되는동안 서서히 내려지자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아쉬움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쁜 모습.

올림픽기가 남녀 행사요원 10여명의 손에 들려 운동장을 반바퀴 돈 뒤
사라지자 그라운드에는 어린이 6백명이 등장, 이번 올림픽 성화모양을
만들면서 "THE POWER OF THE DREAM"을 열창.

곧 이어 지난달 19일부터 올림픽 스타디움의 밤하늘을 밝게 수놓았던
올림픽 성화가 조지아 출신 컨크리송 여가수 트리샤 이어우드의
"THE FLAME"이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동안 말없이 사그라져 주위는 어둠에
휩싸이며 숙연한 모습.

<>.성화가 꺼진 뒤 펼쳐진 식후행사에서는 재즈, 컨트리송, 리듬앤
블루스, 남부풍의 로큰롤, 댄스뮤직 등 대중음악이 유명 가수들의 출연과
함께 연주돼 스타디움은 거대한 콘서트장으로 돌변.

가장 먼저 등장한 페이스 힐이 올림픽 축가를 부른데 이어 비비 킹,
알 그린, 글로리아 에스테판, 리틀리처드, 스티드 원더 등 당대 유명
대중가수들이 대거 등장, 이동식 무대위에서 전세계 올림픽 가족들을
위해 신나는 노래를 선사.

장내에 음악이 울려퍼지는 사이 관중석 하단에 자리를 잡았던 각국
선수 및 임원, 그리고 이번 대회 성공을 위해 묵묵히 일해온 자원봉사자,
진행요원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라운드는 흥겨운 춤판이 됐다.

이어 스타디움 주위에서 수백발의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아 현란한
불꽃축제가 펼쳐지는 사이 그라운드위에서는 각국 선수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한국선수들은 그라운드위에서 콘서트가 펼쳐지는 동안 서로
허리를 맞잡고 달리는 기차놀이를 하면서 다른나라 선수단을 비집고
돌아 그동안의 피로를 잊는 모습.

<>.이날 폐회식의 마지막 행사이자 이번 애틀랜타올림픽 최후의 행사인
대중음악콘서트가 끝난 뒤 주위에는 다시 하늘을 찢는 요란한 굉음과 함께
폭죽세례가 펼쳐졌다.

그리고 왼쪽 스탠드에 마련되 대형 전관판에는 다음번 올림픽이 열리는
시드니에서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는 "SEE YOU IN SIDNEY, 2000"이
어둠속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가운데 선수들과 관중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