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8월중에도 통화를 탄력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는데도
불구하고 시중금리가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여기다 자금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어 금리는 당분간 연12%대후반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기준)까지 상승하리라는게 시장의 일반적
전망이다.

여기다 건영의 1차부도와 제3자인수방침이 결정된뒤 중견기업의
자금가수요가 일고 있어 자금시장은 더욱 꼬일 전망이다.

박철 한은자금부장은 5일 "지난 5월이후 신탁제도개편에 따라
자금이동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 M2+CD(양도성예금증서)와
MCT(M2+CD+신탁) 등 광의의 통화지표가 안정세를 유지하는한
총통화(M2) 증가율이 17%를 초과하더라도 이를 용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부장은 그러나 "일부 은행들이 지급준비금이 모자란데도 외형을
늘리기 위해 대출을 늘리는 등 방만한 자금운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들 은행에 대해서는 대출축소 등을 통한 효율적인 자금
관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신탁제도개편에 따라 M2증가율이 지난 5월과 6월
중에 각각 1.0%포인트씩 부풀려진데다 지난달에도 0.5%포인트가량
높아졌다며 이를 감안하면 8월중 M2증가율은 17%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달중 M2증가율이 17.0%면 7천억원, 17.5%면 1조4천억원의 자금이
신규로 공급된다.

지난달 M2증가율은 평균잔액기준으로 17.1%에 달해 작년1월(19.6%)
이후 1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통화공급은 늘고 있지만 자금시장의 금리전망은 일단 우울하다.

우선 기업의 자금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업종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재고누적에
따른 운영자금확보를 위해 기업어음발행을 늘리는 등 자금을 본격적으로
댕기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당좌차월금리가 5일 연19%까지 오르고 가라앉기
시작하던 콜금리도 연16~16.5%까지 올랐다.

또 회사채발행액도 이달에는 평소보다 3천억~4천억원 많은
1조5천억원에 이르러 회사채수익률은 연13%대를 넘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내달에는 발행신청규모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중견기업들도 이같은 자금시장추세에 따라 벌써부터 추석자금을
빌리는 가수요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다 건영의 1차부도는 부실기업의 자금가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부실기업들은 건영1차부도를 계기로 금융권에서 여신을 긴축할 것으로
보고 이날부터 벌써 불필요한 자금을 미리 차입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따라서 이달 자금시장은 충분한 통화공급속에서도 금리가 오르는
"풍요속의 빈곤"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는게 자금시장관계자들의
전망이다.

< 안상욱.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