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수출업체들은 적정마진율보다 5%나 밑도는 가격에 출혈수출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원인은 한국의 수출산업이 가격은 물론 품질 디자인 등
전반적인 면에서 "경쟁력의 위기"를 맞고 있기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내용은 한국무역협회가 전국 1천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96년도 수출산업실태조사결과에서 조사대상업체들이 스스로 밝힌
한국수출산업의 위상이다.

수출가격을 현수준에서 고수하면서도 해외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의 가격으로는 시장을 더이상 지킬 수 없다는 업체는 55%나
됐다.

이는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이미 한계수준에 이르렀다는 업계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원인으로는 65%가 과도한 임금상승을 꼽았으며
국산원자재가격상승(18%) 높은물류비용(7%)및 금융비용(5%) 등이
지목됐다.

특히 한국의 수출업계는 이같은 고비용 구조속에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경쟁 격화에 따른 제품가격 인하압력을 받아 수출채산성이 적정수준
(15.1%)보다 훨씬 낮은 10.2%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진국제품과 비교한 한국상품의 품질은 "우위" 19%, "동등" 43%, "열위"
38%로 평가됐다.

이는 작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때보다 다소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품질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으로는 "기능 및 성능" 39% "끝마무리"
27% "디자인" 16% 등이 지적돼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런 열위를 극복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에 대해 2년이내가 44%인
반면 2~5년 37%, 5년이상도 20%나 됐다.

한국상품이 특히 취약한 디자인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개발비용부담(37%)과
전문가 등 사회적 기반부족(33%)가 그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한국상품이 안고 있는 경쟁력상의 이같은 문제점은 바이어와의
상담에서도 그대로 반영돼 바이어의 개선요구사항중 가격이 53%로
가장 많고 품질 28% 신용 7% 공급물량 6% 디자인 6% 등이었다.

이는 작년과 비교할 때 신용에 대한 개선요구는 감소한 반면 가격 품질
디자인 등은 모두 늘어난 것이어서 한국상품이 점차 인기를 잃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해외판매망을 바이어에 일임(47%)하거나 현지
유통망과의 제휴판매(22%)하는 소극적 형태에 머물고 있다.

반면 직매장이나 판매회사 설립같은 직접마케팅 업체는 9%에 불과했다.

해외 애프터서비스망도 아예 없는 경우가 61%나 됐고 설사 AS망이 있는
업체도 현지회사와의 계약(16%) 타기업과의 공동이용(10%) 등 소비자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했다.

자기상표 수출비중은 45.8%로 여전히 절반이상의 제품이 "자기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수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나마도 작년 조사때의 41.8%에 비하면 늘어난 것인데 이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자기상표 수출을 못하는 이유로는 50%가 수출감소우려 22%가 막대한
상표개발비용 19%가 수출단가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들었다.

시급히 확충해야 할 사회간접시설로는 도로 철도 항만 등 물류시설이
29%이 가장 많았고 정보전산체제가 17% 전시장 10% 공업입지 7% 등의
순이었다.

정부의 행정규제완화에 대한 평가는 만족한다는 업체가 20%에 그친
반면 불만이 20%, 그저 그렇다가 60%로 조사돼 업체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행정규제완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규제완화가 가장 시급한 분야로는 공장입지 43% 조세 및 관세행정
33% 금융 및 외환 19% 통관절차 5% 등이었다.

< 임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