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틀랜타 = 김경수 기자 ]

이봉주(25.코오롱)가 "96 애틀랜타 올림픽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봉주는 4일 오전 7시 애틀랜타올림픽 주경기장을 출발, 오글러소프대학
반환점을 돌아오는 남자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서 2시간12분39초를 마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시아 투그와네 (2시간12분35초)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마라톤은 이로써 지난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실패했으나 이봉주가 기대밖의 은메달을 따냄으로써 마라톤
강국의 위상을 세계에 더욱 떨치게 됐다.

올해 동아마라톤에서 "95세계선수권 1위 마틴 피스 (스페인)에 불과
1초차로 뒤져 우승을 내줬던 이봉주는 전세계 1백24명의 철각들이
참가한 이날 초반부터 선두그룹으로 달리며 차분한 레이스를 펼쳤다.

첫 5km 구간을 16분14초로 주파한 이봉주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피스와
다니구치히로미 (일본), 세계기록 보유자인 벨라이네 딘사모 (에티오피아),
김이용 (건국대) 등 약 42명의 주자와 초반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며
10 를 31분50초로 통과했다.

평지가 이어지는 23km 피치트리로드에 이르자 초반 선두그룹 대열이
점차 갈라지기 시작했고 이봉주는 25km를 1시간19분54초에 통과, 쾌조의
레이스를 이어가며기회를 노린 뒤 26km에서 스피드를 올리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주자 3명과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이봉주는 이후 내리막이 시작되는 27km 지점에서 일단 피스, 네루카
(영국) 등 5명의 주자와 다시 대열에 합류, 기회를 엿보다 32km 지점에
이르자 투그와네, 에릭 와이나이나 (케냐) 등 3명과 가장 먼저 선두로 치고
나왔다.

이후 3km 동안 선두 각축을 벌인 이봉주는 36.3km 지점에서 초인적인
스퍼트를 감행, 선두자리를 뺏으며 올림픽 2연패를 향해 역주를 거듭했다.

이봉주는 그러나 31km 지점에서 물을 못 마셔 심한 갈증을 보이다
39km 지점에 이르러 다소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 곧 투그와네에 1위를
빼앗기며 결국 2위로 주경기장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애틀랜타는 섭씨 23도에 습도 70%로 마라토너에게 무더운
날씨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