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포르셰 부가티 페라리 재규어 롤스로이스...

세계의 명차를 한대쯤 갖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이의 소망이다.

현대생활의 필수품정도로만 여겨지던 자동차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바뀌면서 멋진 차야말로 현대인의 꿈과 희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는 새로운 차를 만들어내는 일에서 더 많은
만족감을 얻는 이들이 있다.

차의 얼굴(외관)과 속살(실내장식)을 그려내는 자동차디자이너.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디자이너로 근무하는 박소루(24)씨는
"카디자이너야말로 만능엔터테이너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디자이너는 앞으로 4~5년뒤에나 나오게될 자동차를 미리 그려야
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감각과 유행경향 소비심리등을 앞서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불가능한 신기술도 상상력을 동원해 제시해야 한다.

편안함과 아름다움은 빠뜨려서는 안되는 요소.

안전성과 경제성도 잊어서는 안된다.

한마디로 카디자이너는 새차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줘야만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무척 바쁘다.

아이디어를 찾아 끝없이 헤매야 한다.

밤을 새우는 일은 다반사다.

자동차 구조학이나 기계학은 끊임없이 탐구해야할 과제.

패션잡지와 연극 관람, 여행 등도 필수코스이다.

클레이모델을 깎으면서는 뼈를 깎는 고통도 함께 맛본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좋다.

뭔가를 남길수 있어서 기쁘고 사람들에게 충족감을 주는게 더욱 즐겁다.

그림에 몰두하면 6~7시간 서있어도 피곤한줄 모른다.

일에 빠져 정신이 없을 때, 원하는 곡선이 무리없이 그려져 나올때
박소루씨는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언제나 새로움을 접할수 있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하면 할수록 다른
느낌을 주는 일이에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한번은 도전할 만합니다"라고 그녀는 힘주어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그녀에게서 신세대를 읽는다.

지금은 기아자동차 포텐샤 후속모델인 T3의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그리고 싶은 차는 여자의 감성에 맞고 실용적이며 아기자기한
맛의 예쁜 소형차.

대부분의 자동차디자이너들이 스포츠카를 그리고 싶어하지만 그녀는
남들과 똑같아지기 싫어 소형차를 택했다.

도안작업에 그래픽을 도입하기도 하고 그림자체도 입체화하려는 시도로
기성세대의 틀을 깬다.

그녀가 동경하는 디자이너는 루이지 콜라니.

유선형의 자연스런 흐름을 디자인에 도입해 70년대 디자인혁명을 이끈
이탈리아 사람이다.

자동차 디자인에 새로운 컨셉트를 담아내겠다고 마음먹은 박소루씨는
루이지 콜라니처럼 디자인의 해답을 자연에서 찾는다.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조상들의 고전문화에서 실마리를 잡았다.

통일신라의 문화재는 우아함과 단순미를 갖고 있어 구신라의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귀족적인 분위기와는 구별된다.

그러면서도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아 새차의 컨셉트로서 손색이
없다.

그녀가 그려낸 차가 2006년무렵 선보일때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카 디자인의 새세계가 열릴 것이다.

새로운 자동차의 탄생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직업의
카디자이너.

이제 막 자동차그리기를 시작한 그녀는 소리없이 자동차디자인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