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가 아닌 특정분야 전문인이 깊이있는 지식과 첨단정보를 담아
펴내는 "전문가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독자들의 관심분야도 세분화되면서 경제 과학 의학 등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소설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

변호사출신 존 그리셤이 법정소설로 명성을 떨치는 것이나 의대출신
로빈 쿡이 의학추리소설로 주가를 올리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

이처럼 외국에서는 일반화된 전문가들의 소설쓰기가 PC보급 및
컴퓨터통신 활성화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직 경제학교수인 허윤씨 (호서대, 전세계은행 컨설턴트)가 내놓은
통일미래예측장편 "울밑에 선 봉선화" (전2권 문예당 간)도 그같은
전문가소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탈북사태와 식량난 등 북한의 붕괴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통일이후에 예상되는 모든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통일후 남북 경제 불평등 해소방안과 민족대이동에 대비한
한시적 조치등을 상세히 다뤘다.

또 한반도의 변화요인을 경제와 정치 소용돌이의 함수관계에서 찾는다.

소설속에서 정부는 조직을 개편하고 학자출신 당대표의 건의를
받아들여 북한소재 토지의 소유권문제 등을 다룰 특별법을 제정,
과도기적 통일정부의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그러나 혼란속에서 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찮아지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북한노동자들이 북노련 (북한노동연합)을 결성한뒤 남한 재벌에 대항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게다가 북한 공산당의 잔존세력이 중국 국경지대에 망명정부를 세워
홍콩갱단과 공조, 플루토늄을 핵무기로 전환하려 하고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재분할음모를 꾸민다.

작가는 또 독도를 둘러싼 일본과 미국의 검은 거래를 파헤치는
"9인위원회"를 통해 반통일세력과 제국주의적 망상을 고발한다.

풍부한 경제지식을 활용해 역사의 변화를 예측한 이 소설은 올해초
항공우주공학전공의 김도현씨가 펴낸 장편 "로그 인" (창작과비평사 간),
젊은작가 하림씨의 과학소설시리즈 등과 함께 한국소설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윤상일 변호사의 "강변호사 이야기" (삼신각 간)와 현역육군소령
김무진씨의 "갑옷" (다운출판사 간), 국방과학연구소연구원 김기석씨의
"마지막 가을의 애국가" (중앙일보 간), 김동주 고대교수의 "김일성전설집"
(백수사 간), 영화.음악평론가 최정식씨의 "가야금과 피아노를 위한 슬픔"
(문화문고 간) 등도 전문가소설로 주목받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