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국민차 "미니"는 값이 비싼 고급차도 아니고 차량성능이 우수하지도
않은 3m 남짓한 길이의 소형차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볼품없어 보이는 평범한 소형차이지만 이 차는 분명히
명차의 범주에 속한다.

그 이유는 80여년동안 이어져온 뒷바퀴 굴림방식을 최초로 앞바퀴 굴림
방식으로 바꿔 근대적인 차량의 구조를 본격적으로 갖춘 차가 바로 "미니"
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승용차의 거의 대부분이 엔진과 변속기가 차의 앞부분에 있으면서
앞바퀴를 직접 구동시키는 전륜구동이지만 1950년대말 미니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후륜구동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륜구동방식은 엔진과 변속기가 차의 길이 방향으로 배치되어 기다란
구동축에 의해 차량 뒷바퀴로 힘이 전달되어 후륜을 돌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엔진과 변속기가 종방향으로 배치되다보니 차량앞부분의
공간을 많이 필요로 하게되어 상대적으로 승객의 거주공간이 작아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차량밑부분으로 지나가는 구동축에 의해 실내 중앙이 불쑥 튀어나오게
되어 공간 활용면에서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전륜구동방식은 엔진과 변속기를 횡방향으로 배치하여
앞바퀴를 직접 구동시킴으로써 엔진힘의 전달 효율을 향상시키고 같은
크기의 차에서 차량의 실내공간을 극대화시킬수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전륜구동방식을 적용한 미니는 발표 당시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설계한 패키지(Package)기술의 혁신으로 평가받게 된다.

이러한 기술의 혁신은 당시 소형차 시장에서의 생존전략에 의해 탄생되게
된다.

1950년대 당시 대형차 개발에만 집중되어온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오일파동
에 의한 연료의 부족으로 독일의 소형차 공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영국의 자동차회사는 독일의 소형차에 대적할 콤팩트한
국민차 개발을 당대 영국 최고의 자동차 설계가 알랙 이시고니시스에게
의뢰하게 된다.

전후 영국 최대 히트작 "마이너"를 개발했던 그는 1957년 미니카 개발에
착수해 59년 런던 모터쇼에서 전륜구동형 "미니"를 선보인다.

미니는 4기통 848cc의 엔진과 변속기를 자동차의 앞부분에 탑재한
전륜구동형이었다.

타이어는 25.4cm의 초소형을 사용, 차 내부 공간을 최소로 차지하게 하였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최소형차보다도 30cm나 짧은 3m 정도의 차량크기에도
4명의 승객이 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570kg의 작은 몸집에 37마력의 작은 엔진으로도 최고시속 113 를
달성하였다.

한편 1963년에는 1,275cc의 엔진을 탑재한 "미니 쿠퍼 에스(Mini CooperS)"
가 개발되어 최고시속 160km를 자랑하며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60년대에
3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그후 "미니"는 왜건형으로 개발되는 등 다양한 모델변화를 하게 되나
현재는 998cc의 "미니" 본래 모습인 로버사 "로버 미니"로 아직까지
영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차로 생산되고 있다.

80년대 우리나라 최초로 전륜구동형이 적용된 "포니 엑셀"보다 30여년
앞서 근대적 패키지 기술혁신을 이룩한 소형차 미니는 명차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김상권 <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