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디자이너 정병규씨(정병규디자인대표.50)가 지난 20년간 디자인한
작품을 한데 모아 북디자인전을 마련해 화제다.

국내 북디자이너 1호로 꼽히는 정대표가 70년대중반부터 디자인한
총3,000여종의 책중 500여종을 엄선, 8월1~10일 서울청담동 지현갤러리
(3444-0521)에서 정병규북디자인전을 갖는 것.

"주위에서 20년간의 작업을 한번 정리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들 했어요.

그리고 제 연배면 흔히 환갑으로 인식하는 디자이너계에서 재충전의
기회를 찾고 재도약하고픈 욕심에서 전시회를 기획했지요"

그가 정의하는 북디자인은 표지디자인은 물론 본문디자인과 종이등
재료선택, 그리고 제본방법을 포괄한다.

"커버디자인만을 중시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보제공과 오락, 교육 등 과거 책이 독점했던 기능들이 뉴미디어의
잇따른 출현과 함께 분화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디자인은 책의 장점을 살리는
지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요"

그래서 정대표는 앞으로 출판기획과 디자인, 편집과정을 총괄하는
토탈플래너가 되고자 한다.

고려대불문과를 졸업한 정대표가 북디자인세계에 발을 내딛은 것은
신구문화사를 거쳐 77년 민음사 편집장을 맡으면서부터.

소설가 한수산씨의 장편"부초"의 표지가 그의 첫작품이다.

그는 그뒤 79년 일동경 유네스코의 편집자트레이닝코스를 밟으면서
충격을 받아 82년부터 2년간 프랑스 에스띠엔느에서 디자인을 포함한
인쇄물 전반에 대해 공부했다.

대표작은 민음사의 "대우학술총서"와 "이데아총서", 창작과비평사의
"창비시선", 열화당의 "한국의굿"시리즈와 90년 교보문고 북디자인상
특별상을 받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등.

정대표는 전시회에 맞춰 작품집 "정병규북디자인"(생각의바다간)도
내놓는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일자).